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3월 27일] 환율위기 통화선물로 극복을

최근 달러화와 엔화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매도와 경상수지 적자확대 등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최근 1,000원대로 급등하다가 다시 급락하고 지난해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졌던 엔화도 달러화의 약세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율변동으로 정부의 장단기 경제운용계획뿐 아니라 기업들의 경영전략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가계는 가계대로 원화 약세에 따라 치솟는 수입물가와 이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금융시장이 선진화되고 글로벌화되면서 주요국 통화 등락에 따른 환율변동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이를 외면하고는 정상적인 국가경영이나 기업경영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점증하는 환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나라 환율제도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난 1997년 12월 시장평균환율제도에서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전환됐다. 외환위기 이후 환위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높아졌으나 아직까지도 환율변동위험을 제대로 관리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초 한국무역협회에서 수출중소기업 903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위험을 관리하는 중소기업은 29.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환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수출입기업의 환위험을 제거(헤지ㆍhedge)하는 방법으로는 ▦증권선물거래소의 통화선물 상품을 이용하는 방법 ▦은행을 통해 선물환을 이용하는 방법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을 이용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통화선물에는 달러선물ㆍ유로선물ㆍ엔선물이 있다. 이런 통화선물은 선물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으며 낮은 거래비용으로 손쉽게 환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 달러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만3,000계약으로 거래가 매우 활발해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헤지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통화선물을 활용한 환위험 관리 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매년 환위험 관리 우수기업을 선정해 환위험 관리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다른 기업에 전파ㆍ확산해 기업이 환율변동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환리스크 관리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된 I사의 경우,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환리스크 관리 위원회’까지 두고 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64%를 차지하는 이 기업은 지난해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달러선물로 연간 20억원 가량의 환차손을 방어함으로써 안정적인 재무관리를 하고 있다. 또 다른 A사의 위험관리 10계명을 보면 환위험 관리의 노하우가 담겨져 있다. 첫째, 환율변동에 따른 어떠한 기대이익도 추구하지 않는다. 둘째, 예상수출액의 범위 내에서 환위험 관리 전략을 짠다. 셋째, 환위험 노출금액 전부를 헤지하지 않고 회사 실정에 맞는 최적의 헤지비율을 계산해 적용한다. 넷째, 환위험을 헤지하지 않는 것이 투기다. 다섯째, 1년 뒤 환율과 예상수출액을 염두에 두고 매달 환율전략을 짠다. 여섯째, 환관리 전략을 조정하는 ‘환관리 위원회(가칭)’를 둬 정보 왜곡에 의한 의사결정 위험을 줄인다. 일곱째, 환위험 관리비용은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료다. 여덟째, 환차손익 자체보다 의사결정의 합당한 사유, 내부지침 준수 등을 평가한다. 아홉째, 헤지를 실행할 때는 유관부서가 모두 체크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한다. 열째, 환관리 전문가를 내부에서 육성한다. 수출입 관련 기업이 환위험으로부터 벗어나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체계적 환위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누구보다 먼저 최고경영자(CEO)가 환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앞장서나갈 때 기업의 환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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