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현대차 파업이 남긴 것

현대자동차 노사가 성과급 문제로 촉발된 파업 사태를 마무리짓던 지난 17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내 광장에 모여 타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3,000여명의 노조원들은 “협상이 타결될 것 같다”는 한 노조 간부의 전언에 한결같이 환호성을 질렀다.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한 지 정확히 하루 하고 반나절 만이다. 극한 파업과 공권력 투입 등 생각만 해도 가슴 섬뜩한 불상사 없이 생산현장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안도감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사상 최단 기간 만에 파업을 접은 노조나 ‘또다시 노조에 밀렸다’는 인상을 감내해야 하는 회사 모두에 당시 협상타결은 쌀 몇 가마를 등에 짊어진 듯한 압박감이 내린 선택이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합의문에 도장을 찍자마자 노사에 쏟아지는 비난여론은 파업보다 훨씬 무거운 후폭풍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기자가 이번 현대차 사태 협상과정을 현장에서 밀착 취재하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노사가 분명 변화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손배 가압류’와 ‘고소ㆍ고발 철회 불가’ 방침 고수는 역대 노사 협상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변화의 단면은 또 있다. 협상과정에서 노조는 당초 ‘무조건 성과급부터 달라’는 입장이었다가 회사가 워낙 강경하게 버티자 결국 ‘생산손실분을 만회하겠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노조가 하루 만에 파업을 철회한 것이나 회사 측이 생산손실분 만회를 조건으로 격려금을 주겠다고 합의한 것은 양측에 분명히 ‘스타일을 구기는 선택’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당초 ‘노조 파업으로 연초부터 현대차 무너진다’고 했다가 지금 와서는 이를 두고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원칙과 공멸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드는 자가당착으로 비칠 수 있다. 여론이 바라는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 회사가 끝까지 버티고 노조도 무조건 성과급부터 받아내려고 극한 파업을 지속했다면 노사 공멸의 길이 따로 없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번 현대차 노사 협상 결과는 ‘아쉽지만 적절한 순간, 적절한 선에서 잘 봉합됐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20년 묵은 때를 한꺼번에 떨어내기를 바라는 것은 뱃속의 아이를 6개월 만에 끄집어내는 형국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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