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反광고 정서

남상조 <광고단체연합회 회장>

상업이라고 하면 중국이 그 종주국이라는 데 다툼이 없을 것이다. 중국 최초 국가인 은(상)나라가 주나라에 멸망하자 상나라 지배층이 장사를 시작함으로써 상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기원전에 이미 주판이 나왔고 세계 최초로 지폐와 어음을 개발한 것도 중국 상인들이다. 이 같은 상업 원조국 중국에는 광고에 얽힌 멋진 속언이 있다. ‘성공한 기업인 뒤에는 좋은 아내가 있고, 좋은 광고가 있다.’ 광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터득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도망간 노예를 잡아주면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벽보를 최초의 광고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우지만 비슷한 시기에 중국은 시장통에 책을 쌓아두고 “이 책 안에 오자나 탈자를 찾아오면 황금 칼을 상으로 주겠다”면서 현물을 전시했다. 행정당국의 신뢰회복 양쪽을 노린 고단수의 광고였던 것이다. 요즘 재계 안팎에서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반기업 정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기업 정서는 반광고 정서와 항상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나 국민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과 그 속성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을 말하는 것이다. 모든 제품은 1차로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광고를 통해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상품 그 자체보다는 상품의 의미에 무게를 두는데 제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광고이기 때문에 광고는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광고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는 지천으로 널려 있는 광고더미 속에 하루하루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잠잘 때와 기도할 때뿐이라는 말도 있다. 게다가 통제 불가능의 스팸 광고나 길거리의 쪽지 광고가 짜증스럽게도 하고 신뢰를 좀먹기도 한다. 광고가 더러는 사회에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하지만 그 순기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백인시할 수가 없다. 마치 개인 프라이버시 노출이 우려된다고 해서 핸드폰을 없애자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차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대국인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우리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다. 모든 공영방송에 광고가 들어가고 광고총량도 우리보다 많으며 중간광고도 물론 허용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중국광고협회의 비서장은 “모든 분야에 한류가 몰아오는데 한국광고만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고 한국의 광고규제에 대해 뼈아픈 한마디를 남겼다. 11일부터 ‘로터리’ 금요일자 필자가 유세준 한국뉴미디어방송협회 회장의 개인 사정으로 남상조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으로 바뀝니다. ◇약력 ▦37년 경남 의령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제일기획 상무 ▦삼성전자 상무 ▦대홍기획 사장 ▦방송위원회 방송발전기금 관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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