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비만의 역설


65세 이상 뇌졸중 환자는 뚱뚱할수록 일상생활 회복능력이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29일 나왔다. 한국뇌졸중재활코호트연구단이 2,057명의 뇌졸중 환자를 상대로 분석한 일상생활 회복 속도를 보면 고도비만그룹이 가장 빨랐고 이어 비만·과체중·정상·저체중 그룹 순이었다. 지난 10월에는 김신곤 고려대 교수팀이 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포함된 100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저체중인 사람의 사망위험률이 과체중의 2.2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뚱뚱할수록 건강하다는 것으로 이른바 '비만의 역설'이다.

항상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비만이 역설이라는 단어와 합쳐져 이미지 반란을 일으킨 것은 2005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적당히 비만한 사람이 오히려 더 건강하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CDC는 극도의 과체중은 논란의 여지 없이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약간 과체중인 사람은 정상 체중에 비해 사망위험률이 오히려 낮다고 밝혔다. CDC는 논문 발표 전까지 비만으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 수가 연간 36만5,000명에 달한다며 비만을 담배 다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킬러 2호로 지목했다. 하지만 논문 발표 뒤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비만을 7번째 사인으로 낮췄고 비만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연간 2만5,000명으로 줄였다.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계속해서 나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살집이 적당히 있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같다. 비만을 만병의 근원이라고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날씬한 것이 좋다는 세상 사람의 인식은 여전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프랑스 의회가 17일 지나치게 마른 모델은 런웨이에 서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겠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체질량지수가 22~23이면 정상으로 분류하며 23~25는 과체중, 25~30은 비만, 30 초과는 고도비만이라고 부른다. 날씬하고 뚱뚱한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이제 건강을 위해 비만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게 어떨까.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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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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