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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전대표 막말·성희롱 논란' 1년간 진실공방… 부인 배후설 나오자 사퇴

사임까지 무슨 일 있었나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1년 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1년여간 박 전 대표와 시향 직원들은 진실공방을 벌이며 서로에게 칼날을 겨눴고, 결국 그 칼날이 정 감독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 초 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이 호소문을 배포해 박 전 대표가 폭언과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박 대표는 직원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얼마 후 서울시는 박 대표의 막말과 성희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고 직원들은 박 전 대표를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같은 달 29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박 전 대표는 바로 이들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경찰에 진정을 냈다. 상급자의 성추행 사건으로 일단락 될 것 같았던 사건은 지난해 8월 반전을 맞는다.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했던 종로경찰서는 지난 8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박 전 대표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박 전 대표를 고소했던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 이어 경찰은 증거인멸 등의 우려로 시향 직원인 곽모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곽씨는 2013년 9월 서울시향과 예술의전당 직원들의 회식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더듬으며 성추행했다는 투서를 작성하고, 다른 직원 9명과 함께 박 전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곽씨뿐 아니라 고소를 한 다른 직원, 서울시향 및 예술의전당 직원 등 30여명을 차례로 조사한 결과 곽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그 주장이 거짓말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이와 함께 서울시향과 곽씨 자택에 대한 3차례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곽씨의 투서 및 고소 과정에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의 비서인 백모씨가 연루된 정황을 발견하고 백씨를 출국금지했다.

법원에서 곽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지 않으면서 주춤했던 수사는 정 감독의 부인 구씨가 경찰에 입건되면서 다시 한 번 탄력을 받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구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이달 중순 불구속 입건한 것. 경찰에 따르면 구씨는 '박 대표가 성추행과 성희롱,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투서를 작성하고 배포하도록 남편 정 감독의 여비서 백모씨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씨가 휴대폰 문자를 통해 백씨에게 성추행 시나리오를 짜라는 등의 지시를 내린 증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의 부인인 구씨가 수사 선상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28일 정 감독 재계약 체결 안이 서울시향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보류됐고, 정 감독은 29일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정 감독은 이날 사임하면서 "지난 10년의 시향 업적이 한 사람(박현정)의 거짓말로 무색하게 됐다"며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 정 감독의 사실상 매니저 역할을 해온 부인 구씨가 입건되면서 박 전 대표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자기를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진위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박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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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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