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칸의 영상물 견본시 풍경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국제방송영상물견본시는 매년 10월 중순 막을 올린다. ‘밉컴(MIPCOM)’이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오디오비주얼 콘텐츠의 세계적 시장을 말한다. 올해도 ‘미디어 재구성 – 디지털 기회의 로드맵’을 주제로 세계 93개국 4,250개 방송관계 업체를 대표해 1만2,500여명이 전시장 ‘팔레 드 페스티벌’로 몰려들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그리고 온화한 기후로 상징되는 칸의 도심은 마치 시골 장터같이 시끄럽게 붐볐다. 시내 중심가는 주최 측이 제공한 자료와 가방을 들고 목에는 ID카드를 건 각국의 참가자들로 채워졌다. 바닷가 임시 가건물 같은 나지막한 전시장에 몰려온 프로그램 바이어들은 좋은 콘텐츠를 사고팔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팔려는 사람은 자기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사려는 사람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없는지 눈을 부릅 뜨고 찾는 일이 일어나는 현장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수요와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MIPCOM과 같은 행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회장 입구에 걸린 3개의 입간판 중 하나가 KBS 드라마 ‘황진이’였다. KBS는 디지털시대의 한국 위상을 홍보하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지상파TV, 케이블 PP사, 프로덕션, 배급사, 방송위원회를 비롯한 진흥기관 등 96개사에서 271명이 참가해 한국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거래는 이 자리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이미 제작됐거나 앞으로 제작될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해 몇 개월 후 사고파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계 최대의 견본시인 MIPCOM에 우리나라 방송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모바일TV 콘텐츠 특별상 신설에 공헌하며 운영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34개국 170개 제작사가 제작한 모바일용 작품들은 모두가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앞으로 이 분야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였다.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떠오를 이 분야를 통해 우리나라는 앞선 기술력과 함께 시장선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한편,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밉컴 인물’로 올해는 미국의 타임-워너사 회장인 딕 파슨스가 뽑혔다. 변호사ㆍ행정가였던 파슨스 회장은 “이 시대 TV 산업의 대표적 인물로 ‘테드 터너’와 ‘루퍼트 머독’을 지칭하면서 앞으로 젊은 사람들 가운데 이들보다 더욱 훌륭한 인물들이 나올 것을 확신한다”고 올해의 인물 선정 소감을 밝혔다. 파슨스 회장의 말과 같이 이번 MIPCOM은 영상산업에서 콘텐츠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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