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시장에 '화류(華流)'가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가 시장점유율 40%를 넘나들면서 111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온라인 게임의 강세가 심상치 않다.
14일 관련 업계와 게임리서치 업체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롤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20개월 연속 시장점유율 30% 이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111주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세운 160주 연속 1위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롤은 지난 2012년 3월24일 처음으로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해 5월 디아블로3가 출시되고,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1위에서 밀렸다. 그러다 다시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초 올림푸스의 LOL챔피언스 결승전을 계기로 점유율 30%대로 올라선 후 지난 8월까지 평균 37.2%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발 온라인 게임 시장의 강세가 뚜렷하다. 롤은 중국의 텐센트가 대주주로 있는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했다. 텐센트는 롤 외에도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역전, QQ스피드, QQ댄서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온라인 게임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롤이 '점유율 30% 시대'를 이어가면서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역사를 새롭게 쓰는 중이다.
롤 이전에는 게임트릭스 집계 기준으로 10~15% 점유율만 기록하면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2012년 1월 당시 1위를 차지했던 '아이온'의 점유율이 12%, 같은 해 2월 1위를 기록했던 서든어택이 13%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롤 이전에는 점유율 15%만 차지하면 1등이라는 공식이 성립했지만, 롤 이후에는 불문율은 깨졌다"고 지적했다.
롤이 시장을 장기집권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1위와 10위의 점유율 비율이 5~6배에서 20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2012년 1월 서든어택이 13.0%로 1위를 했을 때 10위였던 리니지2는 2.2%로 1위와 6배 정도 차이가 났다. 그러나 롤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10월엔 1위가 41.5%, 10위인 워크래프트3가 1.5%로 26배까지 벌어졌다. 업계 전문가는 "10위권 게임도 사실 인기가 높은 게임"이라며 "10위권 게임에 비해 1위 게임의 이용자가 26배 정도 시간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게임들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위메이드가 만든 '이카루스'는 개발기간 10년에 개발비 500억원 가량을 투입한 대작이지만 출시 4개월 만에 점유율 1%대로 추락했다.
롤의 성공비결로는 '점유율 극대화 전략'이 꼽힌다. 아이템 판매, PC방 과금 등 실제 이용 가격을 경쟁 게임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전략이다. 한마디로 게임도 좋지만, 중국의 막대한 자본으로 강력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롤이 높은 시장점유율에도 매출은 1,200억~1,500억원 정도로 점유율 2~3%대였던 리니지의 2,000억원에도 못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개발 자원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많이 갔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롤의 인기로 기존 온라인 게임들은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