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기공동브랜드]

「이루세(ERUSE)」는 EMOTIONAL(감성적)의 E와 RATIONAL(이성적)의 R 그리고 사용하다의 뜻을 가진 USE의 합성어로 국내 9개 중견 화장품제조 회사가 만든 공동브랜드다.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심미적·감성적인 면과 이성적인 면인 피부과학에 관한 축적된 지식과 연구개발 의지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규모는 생산실적 기준으로 지난 60년대초 1억원에서 올해는 약 2조원가량에 달할 전망이다. 수입화장품을 고려하면 약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생산실적 상위 10대사가 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과점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또 유통시장 개방, 소비자들의 외제 화장품 선호로 국산화장품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환경 변화에 위기를 느낀 한국화장품공업조합의 회원사들은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중소기업제품의 우수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공동브랜드 출범을 기획했다. 조합 명의의 공동브랜드를 소비자에게 내세워 상품 이미지 및 품질 신뢰도를 높혀 안정적인 내수기반을 확충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이에따라 97년12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이루세」가 탄생됐다. 98년 3월말 언론에 공개할 때까지 무려 8차례나 품평회를 가졌다. 그만큼 품질과 제품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기초·색조·두발 화장품 총 48품종에 112개 품목이 150여개의 대리점을 통해 98년6월중순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99년 달성한 매출이 약 30억원. 기대에는 못 미쳤다. 상품구색과 품목호환을 위해 너무 많은 품목을 동시에 출시한 것이 화근이었다. 품목이 너무 많고 일시에 출시하다보니 타겟 마켓(TARGET MARKET)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출이 부진하다 보니 판매수수료로 충당하기로 합의한 CF제작 및 영상매체 광고는 엄두도 못냈다. 통상 1개 브랜드가 성공하기위해 CF등 광고·홍보비용에 약 50억원을 투자하고 최소 1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해야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화장품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참담한 현실이었다. 또 공동브랜드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맹점, 즉 회원사간 매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잘 안팔리는 품목에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악순환도 문제였다.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불가피했다. 우선 「이루세」의 후속 브랜드인 「유틸리티(UTILITI)」를 출시하고 「이루세」는 대대적인 정비작업을 통해 올 가을시장에 새롭게 선보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올초부터 준비된 「유틸리티」는 처음부터 접근법을 달리했다. 기초화장품 5종과 색조화장품 5종으로 국한하여 기초화장품을 4월부터 시판하고 색조화장품은 5월부터 시판하는 순차적 출시전략으로 바꾸었다. 판매전략도 바꾸었다. 대리점 대신 대형코너에만 우선 직공급하여 영업관리의 편의성과 대(對)소비자 침투성을 높혔다. 「이루세」는 우선 시장경쟁의 논리에 따라 판매가 부진한 품목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새로 선도제품들을 발굴, 구성하고 있다. 품질관리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미 「이루세」는 첫 출시이후 지금까지 품질확인 표시인 홀로그램 스틱거를 전제품에 부착하고 일련번호를 명기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이것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제적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어떠한 거품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회원사간 일체감도 그 어느때보다 고양되어 있어 올해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대폭 늘어난 50억원이 순조롭게 달성될 것이라고 회원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인터뷰 -백재준 한국화장품공업협동조합 전무 『올 가을 중소화장품업계의 공동브랜드인「이루세」가 안정적으로 시장진입에 성공하는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백재준(白在準) 한국화장품공업협동조합 전무는 『화장품 만큼 브랜드파워가 중요한 상품도 없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朴전무는 출범초기 성공적인 런칭에도 불구, 다양한 화장품 수요층을 구체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이루세」의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상 중견 화장품 제조사들이 살아나갈 길은 회원사들의 단합된 힘으로 「이루세」를 다시한번 일으키는 것밖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 朴전무의 설명이다. 『올해에도 정부는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에 435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는데, 화장품에 할당된 것은 3억원. 이마저도 수혜자는 대기업입니다』 朴전무는 또 『정책자금지원시 공동브랜드에 대해 주었던 가산점 제도도 폐지됐다』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꼬집었다. 정부가 공동브랜드 탄생의 산파역만 하고 키우기에 인색했다는 것이다. 또 국내 제조업자에게는 제조원 표시가 의무인데 반해 수입품에 대해서는 판매원 표시만 하게끔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지명도에서 열세인 국내 제조사들의 마케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소비자들에 대해서도 제품의 품질보다는 대기업 제품만 선호하는 관행을 못내 아쉬워 했다. 朴전무는 그러나 『이러한 현실장벽 탓만 할 수 없다』며 『결국 제도 및 관행개선과 함께 우리 업계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 「이루세」의 브랜드 위상을 더욱 높일 것을 다짐했다. 조충제기자CJCHO@SED.CO.KR 입력시간 2000/04/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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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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