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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형제 대신 친구로" 외둥이 커뮤니티 급증

지난해 출산율 1.26명 한 자녀 가족이 大勢<br>지난해 신생아 50만명 중 첫째 아이 비율 53.5% 2000년比 6%P 높아져<br>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성 함양 부모들 정보교류 창구 역할<br>일부 지역 커뮤니티는 선별적 "회원가입" 위화감도

강남 개포동 G초등학교 3학년 축구 모임의 엄마들이 개포근린공원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외둥이 엄마들은 세상에 하나 뿐인 아이의 사회성 함양을 위해서 스포츠 소모임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리빙 앤 조이] "형제 대신 친구로" 외둥이 커뮤니티 급증 지난해 출산율 1.26명 한 자녀 가족이 大勢지난해 신생아 50만명 중 첫째 아이 비율 53.5% 2000년比 6%P 높아져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성 함양 부모들 정보교류 창구 역할일부 지역 커뮤니티는 선별적 "회원가입" 위화감도 정민정 기자 jminj@sed.co.kr 강남 개포동 G초등학교 3학년 축구 모임의 엄마들이 개포근린공원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외둥이 엄마들은 세상에 하나 뿐인 아이의 사회성 함양을 위해서 스포츠 소모임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외둥이라서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친구들과의 끈끈한 관계가 형성되고 나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성격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우리 엄마들도 서로 의지하고 속마음을 터 놓을 수 있게 됐어요.” 강남 개포동 G초등학교 3학년생인 최진규(10, 이하 가명), 김민석(10), 황정원(10)군과 이지나(10) 양의 엄마들은 하나 뿐인 아이의 사회성 함양을 위해서 스포츠 소모임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외둥이인 진규, 민석, 종원군은 모두 이 학교 3학년 축구팀 멤버들이다. 지나양은 또래 여자 친구 대여섯명과 싱크로나이즈드 수영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축구나 수영, 재즈댄스,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같은 스포츠 소모임이 외동아이에게 또래 친구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사귈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사회성이 요구되는 외둥이 외둥이는 부모를 역할 모델로 삼고 성장하면서 형제가 있는 또래 보다 어른스럽고 지적 호기심도 뛰어난 측면도 있다. 또 다른 형제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경험을 하거나 동생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없는 만큼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는 환경에서 자란 외둥이의 경우, 자기 중심적이며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며 욕구 불만을 참아내는 인내심이 약하다. 더 나아가 과잉 보호가 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신경질적인 성격이 될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또래 집단과의 어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양보와 타협을 배우고,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음에는 외둥이가 가질 수 있는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고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엄마들이 주축이 돼 축구 모임을 만들었지만 몇 번 만나면서 얼굴을 익히고 나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약속 시간을 정하면서 주체적으로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지요.” 유치원 때부터 축구모임을 갖고 있는 민석군의 어머니 이나영씨(36)의 말이다. 정원군의 어머니인 김민주씨(46)는 “어릴 때는 친구가 없이 자라서 다소 우울한 성격이었는데, 축구모임을 하고 나서는 쾌활한 성격으로 바뀌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스트레스 해소와 운동을 한꺼번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생활로 채워지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주말의 스포츠 커뮤니티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축구 선수가 장래 희망인 진석원군은 “항상 토요일이 기다려진다”면서 “친구들과 운동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평상시에 학원 다니면서 생겼던 답답했던 마음이 싹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 아이들은 재즈댄스나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혹은 글짓기 모임을 통해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있다. 이지나양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에 재미를 들였다. 이양은 “처음에 시작했을 때만 해도 너무 어렵다고 생각됐는데 이제는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며 갖가지 동작을 선보이는 게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이양의 어머니인 정난희씨(39)는 “아이들에게 있어 스포츠 커뮤니티는 스트레스 해소와 체력 보강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온ㆍ오프라인의 커뮤니티들 커뮤니티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들은 여행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가 하면 아이들을 위한 요리 모임도 눈에 띈다. 노원구 상계동의 김지원씨(33)는 다섯 살 난 딸아이를 위해 아파트 단지 안에 사는 또래 엄마 5명을 모아 요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김씨는 “일주일에 세 차례씩 각자의 집을 돌면서 아이들과 함께 간식이나 저녁 식사용 요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요리를 만들면서 참을성과 양보심을 키우고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아 또래 친구를 찾기 어려운 외동아이 엄마들은 인터넷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음카페의 ‘외동아이 함께 키우기’는 이미 회원수가 1,4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여행이나 독서 등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외동아이 행복 나들이’, ‘외동아이 같이 키우기’ 등 다양한 외둥이 커뮤니티가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한술 더 떠 산후조리원 산모들이 결성한 외둥이 커뮤니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도 구리시 Q산후조리원에서 인연을 맺은 김현경(35), 김선숙(26), 조경애(33), 권필희(42), 박성숙(34)씨가 지난 13일 경애씨의 집에 모였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육아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필요한 육아 용품을 공동구매를 통해 싸게 구입하고 있다. 김현경씨는 “친정 엄마에게서 얻지 못하는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다”면서 “커뮤니티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집에서 혼자 애를 키우는 산모 가운데는 산후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남의 일”이라고 말했다. 전업 주부 사이에서 시작된 외둥이 커뮤니티는 최근 들어 맞벌이 부부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사정이 비슷한 맞벌이 부부들이 외둥이들을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에 보내고, 학원에도 같이 보내는 형식이다. 성북구 보문동의 양미희씨(35)는 지난해 여름 놀이터에서 알게 된 또 다른 맞벌이 엄마 2명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스케줄을 같이 짰다. 아침에 애들을 종일반 차로 보내면 저녁에는 요일 별로 돌아가면서 그 날 당번인 엄마가 퇴근을 해서 아이들을 챙기기로 했다. 주말에는 다 같이 체험학습을 가거나 무박 2일짜리 기차 여행도 다녀 온다. 양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친정 어머니나 시어머니가 매일 오후 오셔서 애를 챙겨주셨지만, 애가 크면서 또래와 어울리고 싶어 한다”며 “셋이 싸우기도 하지만 곧바로 화해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잘 어울리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폐쇄적인 커뮤니티도 많아 하지만 일부 커뮤니티의 경우 너무 배타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편의 해외 주재원 생활이 끝나 지난해 귀국한 오미애씨(39)는 학군이 좋은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초등학생 딸의 교육을 위해 이 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게 너무나 힘이 들었다. 강남 출신이 아닌 강북 출신이 커뮤니티에 들어간다고 하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받아 주지 말자는 의견이 분분했던 것이다. 오씨는 모든 엄마들을 설득하면서 돌아다닌 지 3개월 만에 준회원 자격을 부여 받았다. 그러면 오씨는 왜 그렇게 힘든 과정을 감내하면서까지 커뮤니티에 들어가려고 했을까? 그녀는 “강남에서 커뮤니티에 들어가지 않고는 애들이 또래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좋은 학원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둥이 커뮤니티에 아빠들도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다. 아이의 친구 생일 파티에 참여한다든가, 돌아가면서 와인 파티를 열며 아빠들도 엄마들 못지 않게 커뮤니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자기 아이만 챙기다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규군의 어머니 민현진씨(42)는 “엄마의 빈 자리 만큼 애들이 독립성을 키운다”면서 “애를 너무 보호하기만 하면 커뮤니티 활동은 커녕 학교 생활도 제대로 못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들 싸움이 부모 싸움으로 번져 아예 이사를 가버리는 경우도 흔치 않게 일어난다고 한다. ■'최적의 좌절' 맛보게 해야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외둥이가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좌절’을 통해 인내심을 배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커뮤니티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친구로 영역을 넓히면서 외둥이 특유의 욕심과 독선을 억누르고 인내심을 터득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외둥이 커뮤니티가 학교나 학원처럼 또 다른 경쟁의 공간으로 전락해서는 외둥이의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외둥이 커뮤니티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놀이의 장’이 되어야지 ‘경쟁의 장’이 되서는 안 된다”면서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옛 모습과 비교해 더 나아졌으면 칭찬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외둥이 커뮤니티 • "형제 대신 친구로" 외둥이 커뮤니티 급증 • 신간, 외동아이를 위한 가치학교 • 외둥이 겨냥한 고가 유아용품 호황 • 외동이 잘 키우기 7가지 원칙 • 체기(滯氣) 강하면 방귀·입냄새 심해 • 인터넷 피부 건강정보, 맹신은 위험! • 직장인 디저트 'Art'로 바뀌다 • 서울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外 • "웬 性 박물관이냐고? 멘탈의 근간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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