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유류세 인하' 딜레마

요즘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유류세 문제로 잔뜩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유류세 10% 인하를 취임 전까지 관철시키겠다고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방침대로 유류세가 10% 인하되면 휘발유 기준으로 리터당 80~90원의 가격 인하효과가 발생한다. 언뜻 보면 제품가격이 내려가고 수요도 늘어나 정유사 입장에서는 유리한 상황이 된다. 그런데 왜 정유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정부가 세금을 내린다는데 정유사들도 공장도 가격을 내려 기름값 안정에 동참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까 봐 걱정이죠. 기름의 유통구조상 정유사의 마진은 사실 얼마되지 않거든요.”(정유업계의 한 관계자) 민간 기업들이 서민생활을 지원하겠다는 차기 정부의 방침에 적극 동참해 공장도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논리는 물론 옳지 않다. 그러나 정유사 관계자들이 이처럼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시장 논리’를 넘어선 무엇인가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인수위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유류세 10% 인하계획이 난항에 부딪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방침을 보기에는 그럴듯하나 막상 먹을 게 없다는 뜻으로 ‘계륵’ 같은 공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류세 인하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내 주유소는 1만2,000개를 넘어서 이미 포화상태다. 서울과 일부 신도시 내의 이른바 ‘목 좋은’ 곳을 빼놓고는 상당수의 주유소들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유소들이 유류세가 낮아진다고 해서 가격을 내리기보다 이를 마진으로 가져간다면 세수만 줄어들 뿐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다. 다만 유류세를 낮췄다는 실적만 남을 뿐이다. 기름에 매겨지는 세금은 특별소비세의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자동차는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당국은 이런 저런 명분을 바꿔가며 전체 국세의 20%를 소비자 주머니로부터 걷어가고 있다. 차기 정부의 기름값 안정정책은 ‘유류세 10% 인하’ 식으로 간단하게 접근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시장상황을 꼼꼼하게 고려한 뒤 본질적인 부분부터 차근차근 손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사처럼 정유사들 간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정책도 검토해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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