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하와이에서 겨울 휴가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측근 참모들에게 연초 행정명령 발동 구상을 밝혔다고 29일(현지시간) 전했다. 행정명령의 내용은 총기판매에 관여한 모든 이들이 구매자의 신원조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연방법에서는 면허를 가진 총기 판매업자만 연방수사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전과 여부 등의 신원조사를 실시하도록 돼 있으나 이 명령이 발동되면 면허가 없는 총기 판매인에 대해서도 구매인의 신원조사가 의무화된다. 즉 면허 없이 자신이 수집한 총을 집 또는 주말 총기 박람회(gun show)에서 아무에게나 내다 파는 일이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이른바 ‘총기 박람회 구멍’이라고 불리는 이런 임의판매가 횡행하면서 범죄자나 정신 장애인들의 손으로 총이 흘러들어가 비극적인 총기난사 등으로 어어지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연간 수차례의 총기 박람회가 열린다. 대형매장의 가판대에 수만 정의 총을 깔아놓고 판매한다. 사냥용 장총에서 최신모델의 권총, 중고총 등 다양하며 중고 권총은 심지어 100∼200달러면 살 수 있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신원조사 없는 이런 임의판매가 전체 총기 매매의 40%에 달한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판매 사업에 관여하는 사람들과 신원조사의 주체 등에 대한 명확한 구상을 새해에 밝힐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해 가장 중요한 첫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기 마지막해 시작부터 ‘오바마 업적 쌓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면 이 사안은 즉각 대선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 전역에서 총격 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월1일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9개월 대선 대장정의 막이 오르는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바마의 총기 규제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ABC-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는 과반이 테러에 대처하고자 군용무기를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정헌법 2조가 보호하고 있는 ‘총기 소지’가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미국인의 인식이 뿌리깊기 때문이다. 공화당 후보들은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2위 후보로 급부상하며 도널드 트럼프를 위협하고 있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이 조치를 대선 쟁점화할 태세라고 한다. 미국총기협회(NRA) 등 총기 옹호단체의 불복과 소송 등 반발 움직임도 구체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