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슈퍼 파워' 꿈꾸는 중국] "중국기업 모셔라"

세계 기업공개시장 큰손 겨냥 뉴욕증시 경영진 中서 설명회 "美도 러브콜 후끈"


지난해 11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경영진들이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를 찾았다. 세계기업공개시장(IPO)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당시 NYSE 관계자들은 다른 증권시장과 차별화된 미국 시장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상장을 요청했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이자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NYSE가 발벗고 나서 중국에서 유치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고, 월가 투자자들은 이를 중국기업의 미국진출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NYSE가 중국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기업들이 잇달아 해외상장을 시도, IPO업계를 먹여 살리는 새로운 자금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기업 모시기’ 열풍은 중국기업의 미국시장 뿌리내리기에 초석이 되고 있다. 중국기업의 미국 본토상륙 작전은 IPO에서 출발한다. 지난 2003년 11월 중국 2위 유선통신 사업자인 차이나넷콤이 미국 증시상장을 통해 11억4,0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것을 비롯해 반도체 업계로는 처음으로 SMIC가 지난해 3월 뉴욕에 기업을 공개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GSMC도 7억~10억 달러의 기업공개를 뉴욕이나 홍콩에서 실시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이 밖의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등 대형 국유기업들도 NYSE 상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세계 IPO 물량의 6.75%를 차지해 아시아에서 1위를 기록했고, 이 비율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NYSE가 주기적으로 중국기업 사절단을 보내고 베이징과 상하이에 지점개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회사들의 미국기업 인수합병(M&A)도 장강(長江)의 물살만큼 거세지고 있다. 고유브랜드를 살리기보다는 미국의 고급브랜드를 사들여 ‘미국산 중국제품’이란 이미지를 부각시켜 저가제품이라는 인식을 떨쳐버리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IBM을 인수해 미국 PC산업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레노보그룹은 본사를 아예 뉴욕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완샹그룹은 미국 자동차부품 업체 인수를 위해 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세계 5위의 가전회사인 하이얼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가전공장을 세운데 이어 올해에는 판매센터도 건립할 방침이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오데드 켕카 교수는 “앞으로 1~2년 사이에 중국 하이얼이나 켈롱이 GE 가전사업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안 될 것”이라며 중국기업의 미국진출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미국시장 장악은 무역수지와 교역현황 통계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1,527억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34.3% 증가했다. 미국은 6,000억 달러의 경상적자 중 30%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제품의 미국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제품뿐 아니라 중국 자본의 미국시장 장악은 점점 굳히기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세계 각국이 중국기업 모시기 경쟁에 열을 올리는 한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에 중국 오성기가 대거 휘날리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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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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