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사건’ ‘충격적인 일’. 6일째 이어지고 있는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관 불법 점거사태에 대해 글로벌 철강 최고경영자(CEO)들의 우려와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3~16일 일본에서 열린 전세계 철강협회(IISI) 집행위원회에 모인 글로벌 철강왕들은 노조 측 점거사태의 장기화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조속한 사태 해결을 간곡히 당부했다. 미무라 아키오 신일철 사장 등 CEO들은 이구택 포스코 회장에게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관 건물 불법 점거는 전대미문의 사건에 비유할 만하다”며 “철강 지식이 없는 건설노조원들이 고로 설비까지 점거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 CEO는 “전세계 철강역사상 고로 설비를 보유한 회사에 노조원들이 불법으로 진입해 점거한 사례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특히 포스코 노조원도 아닌 제3의 노조가 철강사를 볼모로 농성을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이 회장을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CEO 회의에서는 거대 철강업체간의 제휴ㆍ동맹관계 논의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예정이어서 노조 점거사태로 위축된 포스코가 자칫 글로벌 짝짓기 경쟁에서 외톨이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이 당초 13일 IISI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지만 포스코 사태 여파로 미무라 신일철 사장과 바다 하지메 JFE 사장 등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식일정(15~16일)을 소화하지 못한 채 긴급히 귀국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의리와 형식을 중시하는 국제 철강업계 관행상 회의에 불참하는 것을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일본과 중국의 경쟁사들은 글로벌 M&A 위협에 맞서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노조 점거사태로 올해 말 준공 예정인 최첨단 제철설비인 파이넥스 건설에 차질을 빚으면서 대외적인 신인도 하락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2010년 가동될 인도 제철소 프로젝트 역시 파이넥스 설비의 지연으로 인해 차질이 뒤따를 전망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파이넥스 설비의 건설과 준공에 전세계 철강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시점에 건설노조의 본사 건물 불법 점거는 전무후무한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에 따라 파이넥스 설비 건설 일정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인도 프로젝트 등 글로벌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업무마비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자동차와 조선 등 철강 수요 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2003년 철강 물류 대란을 일으킨 포항화물연대도 이들 건설노조원과 연대해 파업하기로 결정, 사태 후유증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조선사 등 철강 수요 업계는 사태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한 조선사의 자재구매 담당 임원은 “포스코의 업무 차질은 한 철강사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 수요업계 전체의 업무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화물연대의 파업 동참 결정과 이에 따른 후유증은 국내 산업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