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대통령 러방문 뒷얘기] 옐친 세일즈외교 적극적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기반 조성과 한·러 경협활성화라는 성과와 함께 러시아의 한국 및 金대통령에 대한 깊은 관심과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을 과시하는등 많은 뒷얘기를 남겼다.러시아 측은 한국 특별기로는 처음으로 국빈 전용공항인 브누코보 공항을 이용토록 배려했고, 크레믈린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도 성대하게 치렀다. 이인호(李仁浩) 주러시아 대사는 『만델라 대통령 방문때 이후 가장 성대한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또 옐친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참석한 우리 각료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관심을 표시했다. 예를 들어 강봉균(康奉均) 재정경제부 장관에게는 『괸장히 중요한 자리』라며 경제회생 과정 등을 물었고, 정덕구(鄭德龜) 산업자원부 장관이 에너지부문까지 맡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우리는 자원이 많은 나라이니 많은 협력을 바란다』고 얘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한 양국 공식수행원은 두 나라 모두 회담이 있기 직전에 개각을 단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러 첫날 열린 동포간담회에 우리 대사관에서는 모스크바에 사는 동포단체 간부, 분야별 대표, 지·상사 간부, 유학생 대표 등만을 초청했으나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로프스크 동포까지 자비로 참여, 성황을 이뤘다. 옐친 대통령은 오른쪽 어깨가 조금 기울어 편치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1시간 30분에 걸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과 이어 열린 조약서명식, 공동기자회견 등에 빠짐없이 참석했으며, 공식만찬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시종 웃음과 조크를 건내 건강을 과시했다. 한편 金대통령은 지난 28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옐친 대통령이 한국의 대(對)러시아 투자 및 교역을 적극 권고한 데 대해 「매우 실용주의적이고 실제적인 접근자세를 보인 대통령」이라고 주변 참모들에게 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 자신이 다른 나라 정상들과 회담에서 국내기업들의 구체적인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적극적인 「세일즈외교」를 벌여온 것에 못지 않게 옐친 대통령이 자신을 상대로 적극적인 세일즈외교 자세를 보인데 대한 평가이다. 金대통령은 직접 옐친 대통령에게도 『경제문제에 대한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정치에만 능한 줄 알았는데 세일즈맨의 면모도 보인다』고 평가했다고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장관이 전했다. 실제로 옐친 대통령은 金대통령에게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 싸울 일이 없으므로 러시아가 한국에 최신무기를 양도해도 괜찮다』며 특히 미국산 패트리어트미사일보다 성능이 나은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산 미사일요격 미사일 S300을 적극 세일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식만찬 때 한국의 노래를 다섯곡이나 연주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했다. 곡명은 아침이슬과 선구자, 만남 등이었는데 주변에서는 金대통령의 민주화 노력과 신한국 건설 의지, 러시아와의 동반자 관계 등을 상징하는 곡들이 아니었는가 하는 평가를 내렸다. 金대통령은 또 친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깊더라』고 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金대통령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옐친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적인 지지발언을 해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옐친 대통령이 비록 북한을 의식, 공식발표에는 의례적인 표현을 썼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그 이상의 지지·지원 입장을 밝힌 것으로 추측된다. /모스크바=김준수 기자 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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