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다시 건축문화대상을 받다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명지대학교 김석철 건축대학장은 92년 한샘공장사옥으로 제1회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십이지(十二支)를 돌아 나와 이번엔 제1회 한국건축문화대상 올해의 건축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김 교수는 “92년 건축문화대상 수상 전까지 국내에서 일을 했다면, 그 후 12년간은 해외에서 주로 활동했다”고 회고하며 “첫번째 상을 연달아 받게 돼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금 생각해도 공장사옥이 건축문화대상을 받게 된 것은 파격적이었다. 그는 “건축문화라고 하면 으레 고상한 건물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생산라인에 인간이 구속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산라인을 창조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은 단연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90년대 초 예술의 전당 건축을 완성한 김 교수는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베니스 건축대학과 뉴욕 컬럼비아 건축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카트롱궁에서 ‘김석철 건축전’, 자그레브 국립박물관에서 ‘백남준-김석철 2인전’, 바르셀로나와 도쿄에서 ‘아시아를 넘어서’ 등의 전시회도 가졌다.
하지만 그에게도 힘든 시간은 있었다. 거침 없이 해외활동을 하던 중 지난해 덜컥 암이 걸렸다. 지금은 완치됐지만 그 시기는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는 “스물 아홉에 여의도 도시계획을 세웠고, 서른 아홉에 예술의 전당을 지었고, 마흔 아홉에 베니스에서 전시회도 하고 1회 한국건축문화대상도 받았는데, 쉰 아홉이 되고 보니 암에 걸렸더라”며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가족과 인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됐다”고 술회했다.
그는 최근 춘천다목적신도시와 송도신도시 계획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9월에는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그의 ‘인천iCITY와 취푸(曲阜) 수상도시 마스터플랜’이 특별상을 받았다.
도시설계는 72년 여의도 설계 이후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최근 신행정수도나 청계천, 시청앞 서울광장 등을 지켜보면서 제대로 된 한국의 도시상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현실이 어렵다고 하지만 현실만 탓하는 것은 무능한 사람이나 하는 말”이라며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제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예순 아홉이 되면 어떤 모습일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논어의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ㆍ일흔살이 되면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나도 그 경지에 오르고 싶다”며 “아직 난 화도 잘 내고 잘 섭섭해 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