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8월 14일] 제조업 창업이 돌파구다

지난 2003년부터 각종 공구를 일본에 수출하는 오퍼상을 운영해오던 김모(45) 사장은 요즘 틈만 나면 경기도 주변 공단을 찾아 다니고 있다. 오래 전부터 제조공장을 가져보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터에 요즘 공장 매매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자가공장을 가져야 한다는 오랜 숙원(宿願)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산업뿌리 튼튼해야 위기 견뎌
김 사장은 아직도 동료 사업가이나 지인들을 만나 오퍼상이라는 말을 꺼낼라 치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고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고 한다. 예전에 비하면 제조업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제조업=산업의 뿌리’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모두에게 국가 경제가 번창하려면 무엇보다 제조업이 튼튼하게 뿌리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북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금융허브의 헛된 꿈에 집착한 나머지 갑자기 불어 닥친 외풍을 견디지 못하고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맞을 정도였다. 다행스럽게 국내에도 최근 제조업 창업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와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얼마 전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조업의 신설법인 수는 모두 6,500개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나 전자ㆍ정밀기기처럼 첨단기술 분야의 신설법인이 업종별 통계를 내기 시작했던 2003년 이후 가장 많다고 하니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캠퍼스에만 머물러왔던 교수나 연구원들이 창업 전선으로 뛰어드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기술혁신형 창업도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는 과거 IMF 위기를 벗어날 때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벤처기업의 파워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벤처 활성화 정책을 내세워 막대한 정책자금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숱한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IT창업에 뛰어들어 위기를 슬기롭게 견뎌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10년 전 위기를 IT창업으로 이겨냈던 것처럼 오늘의 경제 위기를 제조 분야의 왕성한 창업활동으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야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용대란 위기에서 벗어나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ㆍ중화학기업들이 앞다퉈 좋은 실적을 내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도 제조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거론되는 녹색 분야에서 신생기업들이 잇따라 탄생하며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버블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신시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후유증을 감내해야 보다 더 큰 결실을 맺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조업 창업이 활성화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제가 숱하게 많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창업 환경은 181개국 중 126위에 머무를 정도로 열악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최근 창업자본금을 낮추고 번거로운 제도적 절차를 크게 줄였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수많은 규제의 덫에 갇혀있다는 게 창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다. 중소기업청장은 최근 사업하는데 제출해야 할 서류 작성이 너무 까다롭다는 어느 중소기업인의 건의를 듣고 담당과장을 파견했더니 그 역시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렸다는 얘기를 전해줬을 정도다. 정책자금 지원이나 은행 대출도 더 이상 회사매출이나 덩치에 매달리지 말고 창업자들의 기술력만을 평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남다른 기술력만 믿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은 기술을 우대한다는 말만 믿고 보증기관이나 은행을 찾아갔다가 허무맹랑하다며 문전박대를 당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창업규제 풀고 제도 간소화를
21살에 회사를 차려 매출 10억원대의 회사를 일궈낸 표철민 위자드웍스 사장은 “요즘 대학생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편안하게 다니는 것을 최대 인생 목표로 삼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타깝다”고 일침을 놓았다. 표 사장의 말처럼 대학생들이 더 이상 움츠러들지 말고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세계시장을 뛰어다닐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키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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