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구조조정 이후의 과제

그러나 은행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완성됐을 뿐 본래 목표인 금융중개기능의 정상화와 은행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실현되려면 앞으로의 실행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우선 금융구조조정이 정치논리의 외풍에 영향을 받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정부가 조흥은행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개 지방은행과 합병해야 공적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원칙에서 물러선 것은 지역정서에 호소한 충북은행의 반발과 구조조정의 마무리라는 명분에 집착한 때문이다. 충북은행이 독자생존이 어렵다면 합병에 의해서라도 살아남는 것이 경제논리에도 맞다. 정부가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비슷한 정치논리로 합병에 반발하는 다른 지방은행들도 설득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은 금융개혁의 완성에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은행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막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은행에 대한 증자지원으로 상당수 시중은행들의 대주주가 된 정부는 은행의 비상임이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정부 출자은행에 대한 경영권행사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출자한 은행의 건전경영을 감독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기는 하나 새로운 관치금융을 조장치않을까 경계해야 한다. 은행장 선임을 좌지우지하고 경영까지 간섭하게 되면 부실을 낳은 과거 관치금융의 폐해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최근 한빛은행 행장 인선문제에 정치적 이해가 개입하는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은행들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 대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게되므로 정부의 은행통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은행을 내세워 정부가 기업경영까지 간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국영화된 은행들을 가급적 빨리 민영화하는 계획이 요구된다. 셋째, 재벌의 은행소유의 길이 열린 것은 대책이 필요하다. 강원은행과 현대종금의 대주주인 현대그룹이 합병은행의 민간 최대주주로 부상한 것이다. 현행법상 은행소유한도는 4%이나 현대는 4%이상의 지분을 모두 인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소유구조개편문제는 최근 은행법 개정을 위한 지방 공청회가 열리는 등 논의과정에 있다. 그런데 정부는 벌써 재벌의 은행 지배주주 지위를 사실상 인정한듯 하다. 어려운 합병을 추진키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나 다소 성급한 점이 없지않다. 현대그룹의 합병은행 대주주 부상을 계기로 재벌의 은행소유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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