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버스데이 걸

런던 교외의 한적한 마을 센트 올반즈. 10년차 은행원 존 버킹검(벤 채플린)은 과장 승진에서 누락된 뒤 은행 금고 열쇠의 보관 책임을 맡고 있다. 말수가 적고 소심한 탓에 이웃과의 교류도 드물고 연애에도 영 서툰 상태. 밤마다 포르노 비디오나 뒤지던 존은 인터넷에서 러시아 결혼 중계 사이트를 발견하고 러시아 신부를 `구입`하기에 이른다. 모스크바 발 비행기에서 내린 예비 신부는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미인. 그러나 대화 상대를 원했던 존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나디아(니콜 키드먼)에게 실망하고 `반품`을 결심한다. 하지만 나디아의 `육탄 공세`에 몸이 먼저 무너지고, 점차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간다. 그무렵 나디아는 러-영 사전을 뒤져가며 자신의 `버스데이`를 공지하고 기다렸다는 듯 사촌 오빠라는 유리(마티유 카소비츠)와 그의 친구 알렉세이(뱅상 카셀)가 나타난다. 이들 불청객은 무례한 행동을 일삼아 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끝내는 나디아를 인질로 삼고 존에게 은행 돈을 털어오라고 협박한다. 10일 개봉할 `버스데이 걸(Birthday Girl)`은 국제 사기결혼을 소재로 한 영화다. 러시아인 세 사람은 유럽 전역을 돌며 남성들의 호주머니를 긁어온 조직적 사기단인 것. 영국인인 채플린은 자신의 국적대로 등장하지만 호주 출신의 키드먼, 프랑스 배우 카소비츠와 카셀은 모두 러시아인으로 나온다. 카소비츠와 카셀은 촬영지인 호주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러시아어를 배웠다는 후문. 러시아와 영국을 잇는 끈으로 `인터넷`이 사용된 점을 제외한다면 `은행강도`를 ?i는 영국 경찰의 포위망 같은 대부분의 극적 장치가 21세기적 합리성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나디아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꽤나 전반부지만 이후로도 여러 차례 반전이 준비돼 있어 지루하지는 않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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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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