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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분야의 경쟁력 저하가 가장 우려됩니다. 가입자 이탈을 막고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고경영자(CEO) 교체과정의 상처가 큽니다. 무엇보다 조직을 잘 추스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석채 전 회장을 이을 차기 KT CEO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새 CEO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누가 새 KT 수장이 되든 그의 앞길은 험난하다. 그만큼 어느 CEO보다 어깨가 무겁다는 얘기다.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은 차기 KT CEO의 과제로 △통신·비통신 분야 사업 경쟁력 확보 △인사쇄신 바탕 조직체질 개선 △공기업 이미지 탈피 △책임경영 실천 △체계적 내부 인력양성 시스템 구축 등을 꼽았다.
이 회장의 사임 후 표현명 텔레콤&컨버전스(T&C) 부문 사장이 대표이사 회장 직무대행으로 수장 역할을 했지만 회장 공백에 따른 경영상의 타격은 불가피했다. 조직혁신 작업과 추진 중이던 아프리카 사업이 중단됐고 그룹의 핵심인 통신 분야 실적은 저조하다.
올 3·4분기 실적만 보면 KT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3% 줄어든 5조7,346억원, 당기순이익은 63.1% 감소한 1,363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무선 사업 분야의 영업이익은 1조7,138억원으로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2.3% 줄었다. 무선통신 가입자 수는 11만4,000여명이 빠져나갔고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감소했다. 하지만 전체 영업이익은 22.7% 증가한 3,078억원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KT렌탈 등 비통신 분야 그룹사들의 영업이익 기여가 컸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인 통신 분야 경쟁력 확보가 최대 과제인 셈이다. 통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영업망 복구에 힘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래야 비통신 분야 사업과의 융합으로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 분야 수익 하락을 부동산 투자와 미디어 사업으로 메우는 '착시 효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계열사로 분류되는 기업은 지난 2009년 초 30개에서 지난달 기준 53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그룹의 몸집은 커졌지만 통신과의 유기적 체제를 바탕으로 한 실적향상은 미미하다는 데 있다.
이는 사업 구조조정과 맞닿아 있다. KT 내부에서 "단순히 외형을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에서 벗어나 영업망 조직을 복구하는 등 통신 분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또 이 전 회장 체제에서 진행되다가 중단된 탈(脫)통신의 숙제도 풀어야 한다. 통신 분야가 포화상태인 만큼 비통신 분야로 발을 넓혀가는 게 최근의 추세이기 때문이다.
3·4분기 통신 부문에서 추락한 매출을 비통신 계열사의 성과로 메우지 못했으면 더 큰 실적악화로 이어졌을 게 뻔하다. 경쟁력 확보는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자기 사람 심기'가 극복되지 않고서는 조직의 체질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임원 수만 30여명에 이른다. 전체 임원 수는 약 130명 정도다.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을 더 쓰는 인력구조가 KT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은 사의표명 당시 "올해 안에 경쟁사와의 인건비 격차를 1조원 수준까지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임원 수를 20% 줄이겠다"고 밝혔었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박진우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새 회장은 필요하다면 인사쇄신을 통한 조직개편을 실시해야 한다"며 "다양한 이종사업 간 융합에 초점을 맞추되 단순한 사업확장보다는 현재진행 중인 사업들을 살펴 우선순위를 정해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충고다.
공기업 이미지 탈피도 급선무다. 이는 CEO의 책임경영 실천이 최우선 전제조건이다. 정부 보유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주인이 없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KT의 한 임원은 "새 CEO 취임 이후 조직쇄신을 이루는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는 결코 없어야 한다"며 "새 CEO도 실적에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투명하게 경영을 해야 KT가 공기업 이미지를 벗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거수기 이사회가 아닌 실질적으로 CEO의 경영권을 견제하는 방식으로의 체질개선과 함께 내부적으로 KT 출신 인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력양성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