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8.15 경축사] 화려한 약속들 현실성엔 물음표

金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개혁입법, 정치개혁 및 신당 창당, 재벌개혁, 세제개혁, 지식기반경제 구축, 중산층 육성, 서민생활 향상, 남북관계 개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여러가지를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국민소득 1만2,000달러, 완전고용 달성이라는 경제목표까지 제시했다. 또 내각제 약속파기에 대한 유감표명과 대선자금에 대한 해명까지 했다.마치 대통령 취임사를 새로 쓴 것 같고, 나아가 내년 총선에서 새 여당이 제시할 공약을 미리 보는 것 같다. 金대통령이 이처럼 「거창」하게 나온 것은 이번 8·15를 개인적으로나 시대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외환위기와 내각제 부담을 털어버린 뒤 사실상 새로운 임기의 출발이며, 시대적으로는 새로운 천년의 전환점에서 새출발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金대통령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세기를 앞두고 나라의 체질을 바꿔 경쟁력을 갖게 해야 한다는 金대통령의 인식은 올바른 것이다. 그러나 8·15 광복절에 공약성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냉철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리더십의 회복을 통한 국력결집이다. 이를 통해 당면한 위기경제의 완전한 회복과 우리의 고질병인 지역·집단이기주의의 철폐를 이루어내야 한다. 金대통령도 경축사에서 『또다시 내부 갈등과 대립으로 도약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으나 인재등용이나 예산배정에 있어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언급밖에 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아들에 대한 사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고, 축협회장이 기득권을 뺏긴다고 국회에서 자해소동을 벌이는 작금의 형국에서 국민들이 목말라 하는 것은 정권과 정파를 초월한 진정한 리더십이다. 그런 마당에 8·15 경축사가 「집권여당의 공약집」처럼 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민족의 단결과 통일을 지향하는 8·15 광복절에 대통령이 여당의 신당창당 계획을 밝히고 공약적 성격의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은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시각이 많다. 우리 정치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지만 그럴수록 대통령은 집권당과 일정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경축사에서 제시된 정책들 가운데는 다소 위험스런 부분도 없지 않다. 각종 개혁정책들은 마땅히 추진돼야 할 것들이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며, 과연 실현가능한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소화능력을 고려치 않고 무작정 먹다가는 배탈이 나듯이 실현가능성을 따지지 않은 무한정한 개혁은 자칫 「갓쓰고 양복입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경제철학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는 데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과 「절대다수 국민의 중산층화」가 서로 조화되는 것인지, 또 빈부격차 해소와 자본주의 발전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지, 재벌해체와 중소·벤처기업 육성 사이의 과도기적 부작용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 엄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金대통령이 제시한 방향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니나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이 이날 밝힌 8·15 경축사의 핵심은 재벌해체와 중산층 육성이다. 『저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고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바로잡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金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절대다수의 국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재벌개혁 및 빈부격차 해소의 수단은 총수 및 경영진에 대한 책임강화와 세제개혁이다. 이와 관련, 정부내에 새로 구성될 「반부패특별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된다. 이 곳에서 경제사범에 대한 처리도 담당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재벌총수 및 경영진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고 순환출자·부당 내부거래·변칙상속 등을 엄단,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와 부의 세습을 막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金대통령의 의지와 성취욕이 너무 강하다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성공과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저는 반드시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일시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 가겠습니다』 등 대목에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이것은 개혁추진에 대해 한편으로 기대를 키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무리한 시행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안기는 부분이다. 특히 대통령 주변에 적절히 「제동」을 걸 인물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 그같은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金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 남북관계에 대해선 이렇다 할 언급을 않았다. 현재 남북상황이 워낙 미묘하기 때문임을 반영한다. 다만 역대 통치권자들이 8·15경축사에서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자제」한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만 하다. 김준수 기자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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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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