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新장보고시대] 제주도

09/14(월) 18:18 해상왕 장보고(張保皐)가 제주도에서 활동했다는 문헌상 기록은 아직까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보고가 권력투쟁과정에서 패배한 후 그의 근거지와 기록이 철저하게 파괴된 점과 제주도가 우리 역사에서 소외된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기록이 없다해서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장보고는 당나라 천태종의 영향을 받아 청해진(현재의 완도)의 상황봉(象皇峰)과 중국 산동성 적산촌, 제주 하원동에 법화사(法華寺)를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보고가 제주 법화사를 건립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보고의 활동영역이 청해진과 중국, 일본 뿐만아니라 제주도에까지 뻗쳤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제주 법화사의 장보고 건립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 제주 법화사의 지세와 위치, 전경이 다른 두곳의 법화사와 일치한다. 제주 법화사는 나즈막한 야산을 뒤로 하고 앞으로는 대포리 포구가 펼쳐져 있다. 산동성 적산촌과 청해진 상황봉의 법화사 지세도 이와 유사하다. 둘째 제주 법화사의 주초석은 제주도 돌이 아니고 육지에서 날라온 것이다. 90년대초 대포리 해안에서도 두개의 주초석이 발견됐는데 모두 육지산으로, 제주 법화사 주초석과 돌의 종류가 같았다. 육지에서 제주도까지 육중한 돌을 옮기기 위해서는 대규모 선단이 필요한데 장보고 선단 이외에는 이만한 능력을 갖추기 힘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셋째 육지에서 날라온 돌로 만들어진 법화사 대웅전 기단석이 신라의 사찰 건립기법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불국사 등 신라 사찰의 기단석은 이중턱이 특징인데 제주 법화사의 기단석도 이중턱 구조를 갖고 있다. 이밖에 제주 대포리는 청해진에서 제주도를 거쳐 중국 닝보우(寧波) 또는 양주의 동남중국해를 가로지르는 항로상에 위치한다. 청해진을 벗어나면 검은 띠(흑조대·黑潮帶) 해류와 만나는데 이곳에서 일본으로 가는 방향과 닝보우로 가는 방향이 엇갈린다. 당시 장보고의 범선 선단은 검은띠 해류를 타고 중국과 일본 등지로 효율적인 항해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장보고가 오지나 다름없는 지금의 완도에 근거지를 설치한 것도 지리적 이점과 자연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미국 펜실바니아대 휴즈 R. 클라크교수가 지난 92년 제1회 장보고 대사 해양경영사국제심포지엄에서 지적했다. 제주 법화사는 고려 충렬왕 5년(서기 1279년) 원나라 세조의 딸이자 충렬왕비인 장목왕후의 희망에 따라 크게 중건돼 국가가 지정하는 비보사원(裨補寺院)이 된다. 당시 법화사는 재정을 위해 한라산 백록담부터 남쪽 대포해안까지를 절 사유지로 소유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 법화사의 명성은 중국까지 널리 퍼져 명나라 영락제가 부모의 왕생극락을 기원하기 위해 난징(南京)에 황실 원찰인 대보은사(大保恩寺)를 세우고, 거기에 모실 부처님을 구하기 위해 조선의 태종에게 친서를 보내 법화사의 금동미타삼존여래상을 요구했다는 기록이 있다. 위세를 떨쳤던 제주 법화사도 조선의 숭유억불정책과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퇴색되다가 제주 4·3사태와 6·25전쟁 등으로 소실되며 더욱 황폐해진다. 제주 4·3 항쟁 당시에는 법화사터에 모슬포 육군 제2훈련소 제3숙영소가 지어지며 사지(寺址) 등 법화사의 주요 유적들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지난 71년 법화사를 사적지 도지정 문화재 제13호로 지정하고 명지대 박물관 조사발굴단이 82년 대웅전 터등을 발굴하며 법화사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 이후 7차례에 걸쳐 발굴 사업이 벌어졌으며 87년 대웅전 및 남순당을 복원했다. 문화관광부와 제주도는 오는 11월부터 2002년말까지 108억원의 예산을 들여 1만8,000평의 부지에 구품연지(九品淵池)와 일주문, 사천왕문, 강당, 누각, 극락전, 명복전, 선원 등을 갖춘 전성기때의 법화사를 복원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법화사는 장보고의 업적을 기리는 장보고 기념관과 사당 등을 신축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장보고사후 1000여년동안 역사에서 유배지로 버림을 받아오다 최근들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동양의 진주」로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다만 국제유람선이 정박할만한 부두로 2만톤급 이상은 1개 뿐이어서 대형 유람선 유치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동남아와 중국·일본을 잇는 대형유람선이 제주도를 관광코스에 포함시키려는 의사를 비치고 있으나 대형 선박을 정박시킬만한 부두시설이 없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제주지방해양수산청은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2011년까지 정부 예산과 민자등 2,600억원을 유치, 2만톤급 이상 국제유람선과 외항선 14척이 동시 정박할 수 있는 제주외황 개발계획을 추진중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제주도를 무비자 입국 지역으로 지정, 중국과 일본 등 외국인들의 자유 왕래 지역으로 활성화할 방침이다. 제주도를 자유무역항으로 개발,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의 물류수요를 대체하는 국제무역항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장보고 정신을 오늘에 되살릴 수 있는 천혜의 적지(適地)로 제주도가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글 정재홍 기자】 공동기획: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중 영/화/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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