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이후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취임 다음해 코스피지수 3,000, 임기 5년 내 코스피지수 5,000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5년이 지난 이명박 정부의 증시 최종 성적표는 과연 어떤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 5년 증시의 내용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양극화 현상으로 압축된다. 2008년 2월 25일 취임식날 1,709.13포인트로 시작한 주가는 22일 2,018.89포인트로 마감, 309.76포인트(18.12%)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은 2,000선 고지를 넘어서며 시가총액이 5년 새 40%가량 늘었지만 코스닥시장이 오히려 19.79% 하락, 전체 시장 규모는 20%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166조9,230억원으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2월25일(859조2,890억원)보다 307조원가량 늘었다. 이명박 정권 초기인 2008년 2월 1,700대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도 2,018.89포인트를 기록, 2,000선을 웃돌고 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크게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명박 정권 출범식이 열렸던 2008년 2월25일 653,93포인트를 기록했으나 22일 현재 528.36포인트까지 추락하며 500선 붕괴마저 우려되고 있다.
종목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유가증권시장 내에서도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시총 상위 3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년 새 5%포인트가량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8년 2월25일 유가증권시장 상위 30개 종목 시총은 454조5,936억원이었으나 21일 현재는 647조8,647억원으로 193조2,711억원가량 늘었다. 전체 시장 증가분의 60%가량이 상위 30개사에서 비롯된 셈. 이들 종목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5년 동안 52.90%에서 57.74%로 크게 오르며 5%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증시 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사이 유가증권시장을 비롯한 코스닥시장 내에서는 테마종목만 극성을 부렸다. 정권 초기 이명박 정부가 4개강 사업을 추진하자 특수건설과 울트라건설, 이화공영 등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화공영의 경우 2007년 2,000원대를 맴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2만8,7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2,000원선을 기록 중이다.
이후 정권 중반기로 접어들며 테마종목으로 이상급등 현상을 보인 곳은 자원개발 종목. 이명박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밝히자 일부 종목들이 "자원 개발에 착수한다"는 소문만으로 치솟는 이상흐름을 보였다. 대표적인 곳이 CNK인터내셔널로 2010년 12월17일 236㎢에 이르는 카메룬 요카도우마 지역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확보했다고 알린 뒤 3,000원대였던 주가가 16거래일 만에 5배 이상인 1만6,000원까지 뛰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일부 측근인사들의 검은 거래가 속속 드러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테마종목 기승에 투자경고종목이라는 불명예 꼬리표가 붙는 상장회사도 급증했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상장회사는 2008년 95개에서 2009년 140개, 2010년 109개사를 기록했다.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103개사, 147개사가 투자경고종목으로 꼽혔다. 이 달 들어 단 두 달 새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곳만도 31개사에 이르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대기업 위주 정책에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건 사실"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고(高)환율 정책도 수출 대기업에는 유리했지만 대기업 납품 기업이 많은 코스닥시장 상장회사들에는 오히려 불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권 기간 동안 사실상 중소기업을 대기업과 같이 무한경쟁체제로 내몰았다"며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들이 기술변화에 대처 못해 페이스북과 같은 신선한 기업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차기 정부는 기업공개(IPO)에 기술 집약 종목 등을 지원해 코스닥시장을 새로운 첨단기술시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