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가 명강의 열전] (6) 이세창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풍부하고 재미있는 예시로 생소한 개념 쉽게 전달… 수강생 몰려 분반까지<br>"동기 부여는 교수의 책임 '강의 개발' 욕심 무한 그리워하는 스승 되고싶어"

이세창교수

이세창(46ㆍ사진)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강의 준비란 학생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상당히 다른 영역이고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수업 전 어려운 용어를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적재적소의 예시를 찾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이 같은 이 교수의 노력 덕에 학생들은 "교수님 수업은 즐거운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의 영어음운론 수업을 듣고 있는 최민정(영어영문학과4)씨는 "교수님이 학생 입장에서 강의를 하셔서 수업시간에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없다"며 "특히 자신의 경험이나 일상적인 소재를 예시로 들어 설명을 해주시기 때문에 이해가 잘 된다"고 말했다. 최세미(영어영문학과4)씨도 "어학수업은 처음이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교수님이 실용적인 방법으로 설명을 잘 해주신다"며 "'자장면을 왜 짜장면으로 발음하는가'와 같은 이야기를 영어음운론과 접목시켜 설명하시니 수업이 재미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렇다 보니 이 교수의 수업은 수강신청 때면 늘 100명 이상이 몰려 수강생을 제한하는 대신 같은 과목을 분반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재료를 요리하는 요리사의 마음=실제로 이 교수의 영어음운론 수업은 풍부하고 재미있는 예시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강세(stress)를 받으면 음이 길어진다'는 교과서의 한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이 교수는 미국 유학시절의 일화를 들려준다. "대학원 학과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직원 중 한명이었던 린다(Linda)에게 패션감각(sense of fashion)이 뛰어나다고 말했는데 'sense of what?'이라며 계속 물어보더군요. 저는 자꾸 주눅이 들어 결국 fashion의 스펠링을 말해줬습니다. 그제서야 린다는 'Ah, fa~shion'이라고 말했어요." 수업의 내용이 영어가 가진 발음과 인식ㆍ체계에 관한 것들이기 때문에 학생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이 교수의 예시를 듣고 나면 학생들 입에서는 '아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교수는 "내가 아는 게 많다는 점이 곧 잘 가르칠 수 있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요리할 수 있는 재료가 많다는 것과 같다"며 "강의 준비는 그 재료를 학생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것으로 내 경우에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생소한 개념을 예시로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수업시간에 "교수님 예시 하나만 더 들어주세요"라고 주문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동기부여해주는 수업=이 교수는 수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양질의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찾으려는 욕구가 더 강하다"며 "이 과정에서 욕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교수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맛없어 보이는 영어 원서(原書)도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주는 이 교수의 '재료 손질'과 재미있는 예시라는 양념을 만나 학생들의 식욕(동기)을 자극하는 일품 요리로 변모한다. 수업 중 흘러나오는 웃음과 '아하' '우와' 등의 감탄사, 그리고 이 교수의 예시를 메모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이 교수의 '동기부여 작전'이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배우는 사람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데 가르치는 사람 혼자만의 힘으로 강의를 재미있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그의 말처럼 이 교수의 수업은 교수와 학생의 손뼉이 잘 맞는 수업이다. ◇넘어져야 걷고 뛸 수 있다=이 교수는 최근 취업난이나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당연한 단계라고 말한다. 그는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이 우리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지를 피부로 느끼려면 최소한 40세는 돼야 한다"며 "그러니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방황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방황을 하면 그 기간에는 헛수고한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아기들이 자꾸 넘어지는 과정을 거쳐야 걷고 뛰고 재주도 넘고 더 나아가 창의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학생들이 그리워하는 스승으로 남기 원해=13년 전 여학생들이 수업 전 교탁에 올려놓은 음료수에 쑥스러워하고 일주일 전부터 준비해온 강의 내용을 잊어 애를 먹기도 했던 이 교수는 이제 학생들에게 높은 강의평가를 받을 만큼의 베테랑이 됐다. 그렇지만 '강의 개발'에 대한 그의 욕심은 무한하다. 이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오랫동안 가장 그리워하는 스승으로 남고 싶다"며 "이 큰 그림을 바탕으로 어떤 강의를 해나가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 이세창 교수는…
1964년생. 1989년 고려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했으며 1992년 고려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석사), 1997년 미국 남가주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언어학과(박사)를 거쳐 1997년 숙명여대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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