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8월 16일] 직장 생활의 시작, 그리고 저축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이 경력을 쌓고 장래를 위한 저축을 시작할 때가 어떤 시대인가에 따라 그들의 인생에서 부의 수준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 타고난 시간의 차이가 가져오는 개인 간의 격차는 엄청나게 다르다.

미국의 예를 보자. 지난 1960년대 중반 직장을 잡은 이들의 은퇴 재산 수준은 평균 이하였다. 1964년 1월 다우존스 지수가 777이었는데 1982년 8월12일 지수가 정확히 777이었다. 18년 동안 주식 시세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 은퇴연금과 저축의 상당 부분이 주식에 투자되는 것을 감안할 때 1960년대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너무나 운이 없었던 셈이고 1970년대에 직업을 구한 이들은 조금 신통찮았던 셈이다.

지금까지 가장 운이 좋았던 세대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때 직장을 잡았던 세대다. 1980년대 초부터 지미 카터 민주당 정부 때 맹위를 떨쳤던 인플레이션과 장기 이자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주식 투자자들은 이 현상이 자유시장경제의 신봉자인 레이건 대통령 시절과 일치하는 점과 연관 지어 앞으로의 경제성장에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같은 엉터리 공화당 출신 정치인이 아니었다. 1982년 여름은 정부 채권 이자율이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모든 경제전문가들은 이제 최악의 시절이 지나간 것으로 뚜렷이 전망했다. 레이건이 시작한 경제 부흥은 연방정부를 경제 불황의 근본 문제로 명확하게 지목했다. 투자와 고용은 민간기업을 빼고는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자유시장경제에 투철한 대통령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후 20년간은 미국 경제사에서 보기 드물게 경제가 활성화됐던 시절이었고 1980년대에 보통 직장을 얻은 이들은 자기 자신이 조심하고 성실히 봉급을 아껴 투자를 했다면 은퇴자산이 넉넉한 수준이 될 것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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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은 어떤 때인가. 올해 주식시장이 조금 회복됐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의 경제환경이 장기적 성장에 호혜적인가에는 의문을 갖는다. 어려운 시기를 지난 것은 같지만 1982년과는 너무나 상반된 경제환경이다. 1982년 경제는 나빴다. 실업률이 10.8%. 프라임 이자율은 17%, 주택 모기지 이자율은 무려 16.5%에 달했다.

경제 상황은 나빴지만 미국 경제에는 축복 받은 두 자산이 있었다. 대통령이 레이건이었고 연방준비은행 책임자가 존경 받는 폴 볼커였다. 그들 두 사람은 재정정책, 통화정책과 경제제도 개선에 자유경제의 확신이 있는 이들이었다.

지금 벌써 2조달러에 달하는 연방 적자는 1982년 국내총생산(GDP)의 6%보다 2배가 넘어 점점 늘어가는데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은행 의장은 경제효율이 적은 곳에 물 쓰듯 돈을 쏟아부은 행정부와 의회의 전횡에 대항하는 힘이 되지 못했다. 지난주의 고용통계가 가리키듯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적자 재정은 고용 문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장래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이자율이 뻔히 보이고 마구 써버린 연방세입을 채우려면 세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장래의 장기적 경제 전망이 좋을 수 있겠는가.

옛 제자들과 주위의 아는 젊은이들의 실직이 이렇게 심한 경우를 필자는 본적이 없다. 고용은 계속 불안할 것이고 승진은 고사하고 급여와 다른 수당 등이 계속 줄어드니 저축도 쉽지 않으며 자기 마음에 드는 새 직장을 구한 젊은이들은 많지 않은, 사회 전체가 경제적 적정 상태가 아닌 지금 젊은이들은 성실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모든 경제적 자산 가격이 아주 낮은 만큼 먼 장래를 위해 돈을 아껴 쓰고 모아 투자를 하면 지금의 젊은 세대도 은퇴에 대비한 어느 정도의 부의 축적은 가능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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