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스쿨 오브 락

꿈 속에서나 말이 될 일이 실제로 생길 때 흔히 `영화 같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영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 질 때 관객의 마음도 나래를 펴게 된다. 현실성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스토리 내부의 생명력이 존재한다면, `영화적 허용`이란 단어에 관객은 이미 준비돼 있다. 27일 개봉할 외화 `스쿨 오브 락`은 판타지 영화나 모험 영화는 아니지만, 이의 전형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기분 좋은 영화다. 축 늘어진 뱃살이 돋보이는 듀이(잭 블랙)는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락커. `음악가는 인간의 영혼에 기여하는 직업`이라며 친구 집에 떳떳하게 얹혀 살지만 자신이 만든 밴드에서조차 축출당하는 게 그가 처한 현실이다. 친구에게 온 전화를 우연히 가로챈 듀이는 학교장을 속여 한 사립 초등학교의 보조 교사가 될 기회를 잡는다. 월세를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에 흥이 날 리는 없는 법. 그러나 반 아이들의 음악적 자질을 확인한 듀이는 이들을 락커로 변신시키는 작업에 돌입한다. 이때부터 루이는 락 음악에 관한 한 `선생님,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이 되고 만다.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우연히 만난 남녀가 하루간 사랑을 나누는 내용의 영화 `비포 선 라이즈`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인물. 흔한 소재에 혼을 불어넣는 장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락 음악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박자를 배우고 리듬에 몸을 실어가는 `라이브` 교육 장면도 맛깔스럽고, 자유로운 리듬의 향연 속에 시대의 헤게모니에 대항해 온 락 정신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 또한 평가할 부분이 있다. 실제 한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잭 블랙을 비롯, 악기 연주자 중심으로 캐스팅한 아역 배우들도 영화적 공감대를 높이기에 충분한 수준. 락 음악의 문외한이나 자신의 10~20대 시절을 기억하는 부모,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즐기기에 모두 적당하다. 그러나 흥행 몰이를 가능케 하는 요소로 문화적 이해도 역시 중요한 법. 이전 세대처럼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품지 않고 자란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런 영화가 십분 공감대가 형성될 수준으론 다가가기엔 이젠 부족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생각케 되는 게 영화를 보며 드는 또 다른 단상이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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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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