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생에 도움 안된다” 판단/전국고검장회의 “형평성·공정성 측면 적절치 못하다” 결론김태정 검찰총장이 21일 예정에없던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회의 김대중총재 비자금의혹 고발사건을 오는 12월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밝힌 것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포기선언으로 보인다.
이같은 발표는 전날 이 사건이 대검 중수부에 공식 배당되면서 『사건이 배당된 이상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수사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던 중수부장의 발언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이다.
김검찰총장은 수사유보 이유로 국론분열, 경제적 파장, 수사의 형평성 등을 들었다. 이중에서 경제적파장 부분은 현실적으로 이해가 가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정치비자금 사건 수사는 경제인에 대한 수사를 전제로 해야만 성립된다. 전·노비자금사건의 재판이 불가피한 것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경제인에대한 수사는 김총장의 말처럼 경제회생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수사착수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여론이 비등한 것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신한국당이 김총재 비자금의혹을 폭로했을때 이미 수사의 당위성 등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매우 애매하고 불투명했다. 폭로방법이 정략적이고 폭로내용이 탈법적이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지 못한 채 검찰이 수사에 뛰어들었다가는 본전도 못건진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대검의 한관계자는 『검찰의 수사유보결정은 전날 전국 고검장 회의에서 벌인 난상토론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대검차장, 법무차관, 법무연수원장을 포함,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고검장 등 고검장 8명이 모인 당일 정기 고검장회의에선 이 사건 수사가 현 시점에서 형평성 및 공정성 등 측면에서 「매우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앞서 검찰은 일선 검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모은 결과 「수사불가」의견이 90%를 점했다는 후문이다.
김총장은 이번 결정이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에서 이루어졌고 지난 20일 밤에 김종구 법무부장관에게 보고,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속성상 고위층과의 교감이 없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총장이 수사의 형평성을 유보의 한 이유로 제시한 것은 이 사건수사가 지난 92년대선 비자금사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의 선거자금에 대한 수사를 병행함이 없이 김총재의 비자금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경우 수사결과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기가 힘들 것으로 판단했음을 엿보게 한다.
김총장이 대선 이후 공명 선거풍토가 확립되지 않을 경우 과거, 현재를 불문하고 정치권 전체의 정치자금문제에 손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그 현실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당선자에 대한 검찰수사는 표로 확인된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윤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