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다. 3대 유종 가운데 국내소비 비중이 70%이상인 중동산 두바이유는 40달러에 육박했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40달러를 훌쩍 넘어 50달러대를 넘보고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공장과 대형빌딩에 전력과 열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열병합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에너지 고효율제품의 설치, 에너지재활용 설비 도입 등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서울경제신문이 파악한 최근 15일 동안 기업들의 에너지이용합리화 자금 지원 신청은 200건에 600억원. 하루에 10건 이상의 신청이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신청열기는 고유가 시대의 막이 오른 해로 평가되는 지난해에도 없던 일이다. 정부의 에너지이용합리화 자금 지원업무를 대행하는 에너지관리공단 자금지원실 관계자는 “에너지이용합리화 지원자금이 조기에 바닥난 2004년에도 자금 신청건수는 하루 2~3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 해부터 자금지원 신청을 인터넷(www.kemco.or.kr)으로도 받고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신청이 증가하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유가로 기업들이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에 관심이 높아진 탓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이미 인천의 삼광유리 110억원을 비롯, 100여개 업체에 300억원 가량의 자금 추천을 완료했다. 공단 자금지원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 지원신청 이외에도 하루 수십통의 문의전화로 다른 업무를 보기가 힘들 정도”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에너지절약시설을 설치하는 기업에 매년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활용, 투자를 지원하고 있는 데 대출금리가 최저 2.0%에서 최대 3.5%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에 비해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 해 지원자금 규모를 지난해 보다 47% 증가한 7,660억원으로 책정했으나 고유가로 에너지절약시설 투자가 급증하는 데다 자격요건만 갖추면 선착순으로 지원을 결정하고 있어 조기마감이 예상된다. 지원 세부안에 따르면 ‘정부와 에너지절약 계획을 약속하는 업체(VA)’는 지원금이 법인당 500억원, 사업장 당 300억원까지 자금지원이 가능하며 에너지 고효율 기자재 생산업체 등은 운전자금을 10억원 내에서 소요금액의 100%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에너지절약 계획을 맺은 운수업체는 장기저리의 자금으로 에너지절약 시설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삼천리, 케너텍 등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들도 주가가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에스코(ESCO)업체는 에너지절약시설을 도입하려는 기업, 학교, 병원, 아파트단지, 빌딩 등을 대신해 절약시설을 설치해주고 에너지 절감수익을 사용자와 나눠 갖으며 투자비를 회수하는 기업이다. 에스코업체인 삼천리는 최근 경기도 광명성애병원에 열병합발전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며 케너텍은 대구 칠곡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11억원 규모의 에너지절약 용역사업을 수주했다. 정동익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교토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에너지절약전문기업들이 관심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케너텍, 유니슨 등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고 분석했다. 케너텍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로 에너지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절약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면서 “에스코업체들도 투자비 회수가 쉬워져 고유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