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자의 눈/9월 10일] 9ㆍ11 상처 덧내는 '표현의 자유'

국제부 정영현기자 9ㆍ11테러 9주년을 앞둔 미국이 또다시 이슬람권과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플로리다주의 극단주의 목사 테리 존스가 9ㆍ11테러를 기념해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나서면서 미국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테러 현장인 뉴욕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내세워 코란 소각을 우회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이름 없는 극단주의 목사의 과격한 퍼포먼스쯤으로 치부될 수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잠재적 대권주자 중 한명인 뉴욕 시장이 결과적으로 존스 목사에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 됐다. 블룸버그 시장은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려면 상대방이 말할 수 있는 권리도 보호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사들의 홈페이지에는 블룸버그 시장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덧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과연 이것이 표현의 자유일까. ‘너는 네 생각이 무엇이든지 간에 모두 말해라, 나 역시 똑같이 그러겠다’는 논리는 ‘이기적인’ 표현의 자유일 뿐이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일 경우에는 ‘자유의 남용’에 불과할 수 도 있다. 무슬림들은 코란을 불경스럽게 다루는 행위를 아주 큰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존스 목사는 이를 알고 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파괴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존스 목사의 행동은 9ㆍ11 테러 이후 상처 봉합을 위해 애써온 수많은 미국인들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의 행동이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9ㆍ11테러가 발생한 지 9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여전하다. 뉴욕의 그라운드제로 옆 모스크 건립은 계속 논란이 되고 있고 이슬람권에서는 반미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그 어떤 때보다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상황이다. 뉴욕 시장의 ‘자유로운’ 한 마디가 그저 아쉽다.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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