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시장이 다시 철퇴를 맞았다.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이 두 차례에 걸쳐 반려, 강남의 다른 단지들 역시 재건축 추진을 낙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중층단지 재건축의 붐을 일으켰던 은마아파트였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중층단지 재건축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태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실제로 지난 해 10월 이후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심리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며“이번 은마아파트 결정으로 인해 저가매물이 나오는 등 가격 측면에서 조금은 하락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단지, 불똥 우려 = 현재 강남구청에 예비 안전진단을 신청한 곳 중 아파트는 7개 단지. 개포주공 1~4단지를 비롯해 개포 시영, 일원대우, 역삼개나리6차 아파트 등1만2,796가구가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중 개포주공1차는 강남구가 의뢰한 기관의 정밀 안전진단 평가결과 D급 판정을 받았고, 주공2단지는 예비안전진단에서 20년이 안돼 반려 된 바 있다. 하지만 역삼개나리 6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5층의 저층단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현재 안전진단평가심의위원이 전원 사표를 낸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안전진단평가가 더욱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개포동 행운 공인 오재영 사장은 “개포의 경우 재건축 연한이 20년이 안된 단지가 있지만 5층이고 개별난방 등을 사용, 주거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중층단지인 삼성동 상아2차, 대치 청실 등이 안전진단을 통과했다는 점을 부각, 역차별을 내세우고 있어 앞으로 중층단지의 안전진단 통과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투자 심리 더욱 얼 듯=지난 10월 이후 재건축은 투자심리가 얼어 붙었던 게 사실. 10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잠실 저밀도, 반포저밀도 등의 호가 상승은 있었지만 지난 해 같은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다수의 투자자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분석.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재건축은 이미 상당수 투자자가 발길을 돌린 상태”라며 “은마아파트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아파트 값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한계, 대내외 변수의 불안정성이 투자과열까지는 이어지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재건축 시세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중개업소는 예측하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안전진단 통과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매물 회수, 1,000만원 이상의 가격 상승이 1주일 새 있었지만 매도호가 하락 등의 양상을 보인다는 것. 대치동 청실공인은 “재건축 추진이 불투명한 일부 중층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은 불가피 하다”며 “어젯밤 이후 팔아야 하는 지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