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월 14일] IT강국 유감

우리나라는 세계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인정하는 나라이다. 인터넷ㆍPCㆍ휴대폰ㆍPDA 보급률과 인터넷 속도, 발광다이오드(LED), 관련 반도체 산업도 세계 1,2위를 다투는 정상급이다. 그러나 진정한 IT강국으로 발전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내용인즉, 인터넷 인프라를 구성하는 핵심장비의 대외의존도가 크고 원천기술이 부족하며 소프트웨어ㆍ콘텐츠 측면 등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 사용 행태다. 많은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악성댓글, 불법스팸, 음란채팅, 콘텐츠 불법 다운로드 등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출되는 개인정보가 잘못 사용될 경우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도 심각한 정서적ㆍ경제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진정한 IT강국은 올바른 인터넷 문화, 즉 필요한 정보를 함께 생산하고 같이 공유하며 모두가 가꿔나가는 나라일 것이다. 한편, 필자가 종사하는 자본시장을 IT 선진화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IT강국이라는 말은 무색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08년 국제회의 참석차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 예탁예결기관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사장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왜 금고(Vault)는 안 보여주는지 물었다. 사장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현금을 보관하는 소형 금고는 있지만 유가증권을 보관하는 금고는 없다고 답했다. 그때서야 '아! 이 나라는 전자증권법이 이미 시행돼 유가증권의 전자화가 이뤄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증권제도는 전세계 예탁기관이 있는 97개국 가운데 65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에서는 25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중국ㆍ호주ㆍ일본ㆍ홍콩ㆍ싱가포르 모두 전자증권시대에 살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증권예탁결제제도와 관련한 각종 연수를 받는 신흥개도국에서조차도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고 하지 않는가. 실물 유가증권을 전자증권으로 대체하는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 실물 증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연간 1,0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명색이 IT강국인 우리나라도 이제 늦게나마 단기사채 도입으로 전자증권의 단초가 마련된다. 현재 입법예고 중이며 올해 1ㆍ4 분기에 국회를 통과해야 오는 2011년에 단기사채를 전자적으로 발행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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