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권에 지난 10월부터 쏟아부은 긴급 달러 유동성 자금은 사실상 은행권의 단기 차입급 상환용으로 모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환어음 등 무역금융을 제외하고 정부가 10월부터 은행권 자금시장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제공한 달러 유동성 지원액은 지난달 말까지 193억달러다.
한국은행이 10월21일부터 102억달러를 풀었고 수출입은행이 외평기금을 활용해 10월24일부터 61억달러를 은행권에 제공했다. 수출입은행이 10월2일 30억달러를 은행권에 풀었지만 한달 만에 다시 회수한 상태로 실제 은행권 자금시장에 지급된 달러 자금은 163억달러 정도다.
반면 은행권이 10월부터 단기 차입금 상환용으로 지급한 달러 자금은 11월 말 현재 2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한달에만 100억달러가 넘게 빠져나갔고 11월에도 최소 100억달러 이상이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은 정부 지원 자금도 모자라 달러 콜 자금, 스와프시장 등을 통해 단기 차입금을 상환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자금시장에 내놓는 달러 자금은 대부분 은행권의 단기 차입금 상환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외국계 은행의 단기 자금 상환 압박을 받고있지만 글로벌 본드 발행 등 장기 채권시장은 물론 국제 단기 자금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어 정부에 기대는 것 빼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태다. 국내 시중 은행은 지난해 8월 미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후 한번도 글로벌 본드 등 장기 채권 발행을 하지 못했고 단기자금시장도 얼어붙으면서 하루짜리 달러 콜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