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토플러-김영환장관 대담] "생명과학.나노기술 지속 투자를"

토플러, 소규모 기업 정책지원 필요김장관, 전통산업 신기술 결합 공감 '돼지고기와 새우젓, 맥주와 땅콩불고기.' 앨빈토플러와 김영환 장관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처럼 서로 잘 어울린다. 모두 젊은 시절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싸운 이력과 문학ㆍ과학 등의 다양한 학문 분야를 고루 섭렵하는 지적 탐구욕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사람은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 있는 보고서를, 또 한 사람은 인간의 내면을 노래하는 시를 짓는 작가라는 점도 유사하다. 영국의 과학자 스노우는 말했다. 과학만 알고 예술을 모르면 바보고, 예술만 알고 과학을 모르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최근 한국을 찾은 세계적 석학 앨빈 토플러와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9일 만났다. 이번이 두번째다. 얘기의 중심은 '융합'이었다. 예술과 과학의 궁합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두사람은 정보기술(IT)과 생명과학(BT)의 융합에 대해 105분 동안 마음 깊은 곳의 생각들을 터놓았다. ◇김 장관=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에 제출하신 깊은 통찰의 보고서는 전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식기반 경제시대에서 ITㆍBT 등 신기술을 주축으로 새로운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보고서 내용에 공감합니다. ◇토플러=저도 영광입니다. ◇김장관=국가예산의 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우리로서는 자동차ㆍ조선 등 전통산업 기술과 ITㆍBT 등 신기술을 접합해야 하는 과제, 신기술 개발이라는 과제의 우선순위 선택에 있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사께서는 IT와 BT의 융합을 강조하고 우리는 전통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데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는 지요. ◇토플러=물론 차례(sequence)가 있지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1, 2, 3, 4 . 이런 식으로 쭉 나갈 수도 있지만 바깥에서 무슨 혁신적인 발명을 함으로써 1, 2, 5, 3 .과 같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닷컴기업의 불황을 보면서 닷컴이 전통기업과 연결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닷컴도 최근에서야 서점과 연결됐습니다. 이제는 구시대와 신시대 사이의 단절이 극복돼가는 추세입니다. ◇김 장관=전통기술이 기존의 산업생산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경영과 디자인ㆍ패션 등을 결합하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혹시 전통산업과 신기술은 어떻게 접목시키고 또 적은 자원으로 신기술에 선택과 집중을 해가면서 전통산업과 접목시킬 것인지 하는 주제에 대해 연구해보실 생각은 없는지요. ◇토플러=매우 가치 있는 연구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위험이 대기업에서 작은 기업으로 이전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소기업에 아주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기업은 만들 수 있기 전에는 아이디어를 사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연구를 추진하기보다는 중소규모의 기업에게 연구 프로젝트를 맡겨 나중에 팔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 아이디어를 삽니다. 따라서 대기업은 위험부담이 줄어들고 중소기업은 위험부담이 늘어납니다. 소규모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커져야 합니다. ◇김 장관=한국의 BT 투자 규모를 보면 일본의 20분의1, 미국의 120분의1에 불과합니다. 박사께서는 BT 육성과 IT와의 융합을 강조하고 계신데 자원이 적은 우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어떤 부문에 특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지요. 특히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 상대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갖춘 체세포 복제에 의한 배아 연구를 어디까지 금지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등 난관이 많습니다. ◇토플러=이 역시 '차례'와 관련됩니다. 적은 규모라도 가장 고도화된 분야인 BT나 나노기술(NT)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기초연구와 수익성연구를 병행해서 생각하고 어떠한 시장이 크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유전자 윤리 부분은 도덕적ㆍ종교적인 문제로서 여러 나라에서 어렵고 고통스런 투쟁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큰 싸움을 거쳐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보다는 게릴라식으로 조금씩 발전을 이뤄나가야 할 것입니다. 너무 혁신적인 발명이 잇따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 대세를 멈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김 장관=배타적 생각을 갖기 쉬운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에 대해 전향적인 말씀을 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e메일이나 직접 방문을 통해 좋은 자문을 지속적으로 들었으면 합니다. ◇토플러=동감합니다. 특히 바이오 벤처캐피털의 설치ㆍ운용 방안이라든가 새로운 신기술 개발 영역 발굴 등에 대해 좋은 생각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김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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