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 간사가 소속 정당 의원들의 회의참석이나 독려하는 자리냐.”(A상임위 한나라당 간사)
“끝까지 남아 있는 의원이 단 1명인데도 회의가 계속되는 것을 보고 창피했다.”(B상임위 민주당 의원)
18대 국회가 석 달 가까이 개점휴업한 끝에 어렵사리 정상화됐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9월 정기국회 회기가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여기저기서 “역시 국회의원은 제 버릇 남 못 주는 모양이야”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온다.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의 중심무대가 돼야 할 상임위원회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하면서 대부분 상임위 회의에 빈자리가 반 이상 눈에 띄기 때문이다.
8일 국회 자료에 따르면 9월 정기국회 회기 들어 전체 상임위 16개 중 12개가 총 57번의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가진 상임위 가운데 9곳에서 재적 위원의 반 이상이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나머지 상임위에서도 재적 위원 30% 이상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여야 모두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원 단합대회’까지 열면서 ‘일하는 국회’를 다짐했지만 실제로 의원들은 ‘일하는 국회’는커녕 자리조차 채우지 않은 ‘결석 국회’를 만들었다.
물론 상임위 불참 의원도 할말이 있다. 상임위가 온종일 열리거나 자기가 속한 상임위와 특별위원회가 같은 날 동시에 열릴 경우 종종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C상임위의 간사 얘기처럼 국민들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이나 지역구 행사보다 우선해야 할 일은 의정활동이다. 국회의원은 여야를 떠나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국민을 대신한 ‘일꾼’으로 국회에 들어온 사람들이 아닌가.
특히 정치권은 한승수 국무총리가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출석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한목소리로 “국회를 무시했다”며 특위 회의를 세 차례나 미뤘다. 의원들 스스로 국회 출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이 와중에 여야는 독도대책과 규제개혁 등을 명분으로 특별위원회를 새로 10개나 만들었다. 상임위 활동은 제대로 못하면서 ‘옥상옥 특위’만 신설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각 정당 지도부가 상임위원장을 받지 못한 당내 중진의원들을 달래기 위해 특위 자리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돈다.
개인 일정을 이유로 상임위 결석을 일삼는 의원들이 특위에 얼마나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상임위나 특위 결석을 밥 먹듯 하는 국회의원에게 “바빠서 못 갔다”는 핑곗거리를 하나 더 늘려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