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운용방향은 한 마디로 성장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강조되던 분배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보다는 성장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기존의 확대지향적 경제운용기조를 유지해간다`는 발표에서도 이 같은 점이 확인된다. 올 한해동안 부진을 면하지 못했던 경제성적에 대한 반성이 깔린 셈이다.
관심사는 정부가 정한 방향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냐는 점이다. 경제운용방향에서 설정한 내년 성장목표는 5%대.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보는 “성장률이 5%정도가 아니라 6~7%는 돼야 올해의 저성장을 만회할 수 있다”고 말해 내심으로는 목표 이상의 성장를 기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나아지고 있는데다 내년 경제운용의 기본 방향도 제대로 잡힌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소폭이나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 확대를 어떻게 고용으로 연결시키느냐. 기대와 회의적인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투자ㆍ소비 확대 적극 유도=내년 계획의 핵심내용은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힌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경제의 최대문제는 고용불안과 이로 인한 소비위축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늘리면 고용이 확대되고 내수가 살아나며 가계신용 불안도 반감시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현상황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로 여겨진다.
마침 여건도 상대적으로나마 좋은 편이다. 제조업 가동률이 지난 97년 이후 최고를 기록하는 등 설비투자 압력이 커지고 있다. 김대유 경제정책국장은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계에 달한 기업이 적지 않다”며 “특히 수도권규제완화가 투자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확대→고용창출→가계수입증가→소비확대→수요증대→생산의욕고취→투자확대ㆍ고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정부가 원하는 그림이다.
◇국내외 난제 산적=그러나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고 잠재적인 위험도 곳곳에 있다. 대외적으로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재발우려와 광우병 파동에 따른 미국의 소비위축, 테러위험 등은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북한 핵문제 역시 통제불가능한 대외변수에 포함된다. 여기에 고속성장을 지속하며 우리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중국경제가 급락할 경우 전체 구도를 다시 짜야 할 판이다. 내부적으로는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사관계가 악화하고 외국인투자가 지금보다도 격감할 가능성이 있다.
◇고용 창출 얼마나 될까=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투자확대=고용창출`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예전과 같이 대규모 자본과 노동을 필요로 하는 중후장대(重厚長大)형 투자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첨단 수출산업에 집중돼 있다. 주로 대기업인 이들 기업은 투자가 늘어나면 설비자동화 등으로 오히려 고용이 줄어들 수도 있는 업종들이다. 지난 97년 이후 고용규모가 30인 이상인 기업의 근로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는 점에서도 대기업의 고용확대가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내수 서비스산업과 중소기업을 진작시켜 고용을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고용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 그러나 수출산업과 양극화 현상을 보이며 침체를 겪고 있는 내수산업을 어떤 방식으로 끌어올릴지는 막막한 게 현실이다.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고용 증대 효과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뾰족한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재경부 당국자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토지규제 완화, 특히 삼성전자나 쌍용자동차 등의 수도권 공장 부지 규제 완화로 투자가 일기 시작하면 다른 부문의 투자는 물론 고용에도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윗목도 더워진다는 식이다. 경제운용방향 자체가 구체적 사실보다는 전반적인 흐름을 말해주는 것이기는 해도 딱 맞아 떨어지는 대안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의 경제 운용도 그만큼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