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을 체질개선의 기회로(사설)

우리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최악이다. 올들어 터진 한보사태에 이어 잇따른 대기업들의 부도도미노로 완전 그로기 상태다. 여기에 기아사태가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원화의 폭등으로 인한 환차손, 주식시장의 폭락에서 오는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이같은 자금시장의 혼란은 우리경제를 자칫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몰고갈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우리 경제는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위기를 겪어왔고 그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한 경험도 있다. 자조섞인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다시 정신을 차려야 한다. 21세기 경영환경의 흐름을 진단한 경영독본 「메가트렌드」를 저술한 미국의 유명한 경영컨설턴트 존 네이스비트는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혼돈과 불안정은 그 자체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이에 잘 적응할 수만 있다면 안정된 시대보다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기업들이 한번씩은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다. ○감량핵심은 비능률 제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최고경영자(CEO)가 앞장서서 대대적인 감량경영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의 고질적인 병폐를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감량경영이라면 흔히 인원절감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기업에는 인원말고도 빼야할 거품이 도처에 있다. 수익성 없는 사업에서의 과감한 퇴출, 영업활동과 관련없는 자산의 처분, 생산시설의 비능률적 이용억제, 불필요한 경비의 삭감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지난 93년 당기 순손실 20억 마르크라는 최악의 경영성과를 기록했던 독일의 폴크스바겐사는 대대적인 경영효율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회사는 1단계 조치로 효율적인 외주업체의 활용을 통해 구매경비의 5%를 절감했다. 2단계로는 내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수의 삭감, 공용부품의 확대, 자체 기본구조의 공통화를 추진했다. 원가절감의 귀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GM사의 로페스를 중역으로 영입, 제품원가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주4일 근무를 시행하는 「유연근무 시간제」도 도입,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왔다. ○생존전략은 정보화에도 감량경영도 중요하지만 정보화도 추진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기업들은 원료의 조달, 제품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경영전반에 걸쳐 정보화를 이룩함으로써 인력 및 거래비용의 절감과 함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실제로 월풀사는 정보화를 통한 디자인의 개선과 생산공장의 효율성 제고로 1%의 판매감소에도 불구하고 21%의 이윤증대를 달성했다. 식품회사인 콘아그라사는 스캐너로 검색하는 자동 불량품 제거장치를 통해 2%의 판매 감소에도 13%의 이윤증대를 얻을 수 있었다. ○CEO 리더십·비전 필수 우리의 정보화실상은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뒤져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인사·재무 등 경영내부의 전산화에 그치고 있는 정도다. 그나마 중소기업들은 자금·인력부족 등으로 정보화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최근 몇몇 기업들은 경영의 정보화를 통해 상당한 인력 및 비용절감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어느 중소기업체는 최근 생산라인의 단순화와 함께 수주·생산·품질관리·출하에 이르는 모든 기능을 일괄 관리하는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을 구축했다. 그 결과 제품생산주기가 7일에서 2.5일로, 불량률은 8%에서 1.5%로, 납기는 7일에서 1일로 단축됐다. 매출액도 2백80%, 1인당 부가가치액은 1백5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불황기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는 전략적 제휴이다. 불황기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투자를 최소한 억제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기업들이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문들을 중심으로 분업화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기의 책임영역은 최소화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인텔이,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완제품은 컴팩이 특화해 PC시장에서 독점적 경쟁력을 확보한 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그리 크지도 않은 시장에서 재벌기업들끼리 자동차 반도체 정보통신 가전 등 거의 모든 주력분야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협조적 제휴를 고려해 봄직하다. 불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비전에의한 과감한 의사결정, 신속한 전략추진도 빼놓을 수 없다. 난세일수록 영웅이 필요하듯이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불황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다가올 호황에 대한 대비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내실을 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미래의 유망산업에 대한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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