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업평화 더 미룰수 없다] 1-2.힘들어도 `대화와 타협`을

“노사 분규 자체보다는 정부 정책이 균형을 잡고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브라이언 쿨턴 피치사 아시아담당 이사) “(한국) 정부가 개별 기업의 노사 교섭에 개입해 노조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했다. 이 같은 행위는 외국인 투자 촉진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다카스키 노부야 서울재팬클럽 이사장) 참여정부의 노사 정책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쏟아낸 비판과 불만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후진적인 노사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무원칙한 대응을 꼽고 있다. 불법 파업이나 회사측의 부당 노동 행위가 파업을 촉발시키면 `정부의 공권력 투입 엄포→ 파업 장기화→ 정부ㆍ정치권의 달래기 공세-) 파업 종결→ 노사분규 더 심화`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파업에서 파업으로 이어지는 과정마다 등장하는 정부 및 정치권의 개입이 노사갈등의 강도만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올 노사 관계 `폭풍 전야`=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최근 국내 노사관계를 놓고 `폭풍 전야`라고 표현했다. 온건파로 꼽히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체제 출범으로 잠시 불었던 훈풍은 이미 한랭전선으로 바뀌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최근 `임금 동결` 지침을 내리자 노동계는 곧 바로 `탄핵반대 잔업 거부`를 선언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노사 분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분규 건수는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참가인원은 2만1,057명(23일 현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근로손실 일수도 6만5,155일로 50%나 늘었다. 특히 철도노조ㆍ서울지하철노조 등 공공부문 핵심사업장에 잇달아 강성 지도부가 출범,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 탄핵과 총선 국면이 끝나면 주 5일제 도입, 비정규직 문제 등 개별 사업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메가톤급 이슈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논리로 풀어라”= 지난 15일 주간 `CEO 뉴스`가 국내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 중 가장 큰 잘못`으로 노사정책(44.3%ㆍ복수응답)이 꼽혔다. 본지가 기업체 인사ㆍ노무담당자 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8%가 `현 정부 들어 악화됐다`고 응답했고, 그 원인으로 60%는 `정부의 친노조 정책`을 들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계의 또 다른 핵심 축인 민주노총은 노사정 위원회를 벗어나 아직도 복귀하지 않는 등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일선 기업의 분규에 지나치게 개입한 데다 어떤 때는 `대화와 타협`, 또 다른 상황에선 `법과 원칙`을 선택하는 등 순간순간 끝없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지난해 두산중공업ㆍ화물연대 사태, 민주노총 연대 파업 등에 대해 친노동자적인 정책을 추진하다 파업 급증 등 부작용이 커지자 강경 진압으로 선회, 재계와 노동계의 신뢰를 동시에 잃어버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나성민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노사 문제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할 경우 양측의 기대 수준만 높아져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오히려 저해한다”며 “비정규직 문제 등도 정치 논리가 아닌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나 투자 확대 등 경제논리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은 법과 제도를 정비해 노사 양측이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하고, 불법 행위를 감시ㆍ감독하는 등 엄정한 중재자에 그쳐야 한다는 얘기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 시급= 한국이 `파업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듣는 데는 재계와 노동계 양측의 책임도 크다. 일부 기업은 아직도 `무노조 원칙`을 고집,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일부 노조는 `싸워야 선명성을 인정받는다`는 80년대식 논리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19일 노사정 간담회는 경총의 임금 동결 지침 때문에 한국노총이 불참, 대화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대립과 반목을 통해 생존방법을 찾는 모습이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사문제 해결의 일차적인 주체는 노조와 사용자”라며 “참여정부의 노동정책도 이제 중립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만큼 소모적인 신경전을 벌일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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