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與 "통렬 반성, 한번만 기회를" 마지막 읍소

당 위기의식 팽배..비상총회 의원 1백여명 참석

열린우리당이 25일 긴급 소집한 비상총회는 등돌린 민심 앞에 주저앉은 집권여당의 `참담한'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난 자리였다. 사상 최악의 참패가 예상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망연자실함과 "그래도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지 않느냐"는 비장감이 한데 뒤엉켜회의장은 시종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가 지배했다. 이날 영등포 당사 신관건물에서 열린 총회에는 `싹쓸이를 막아주세요'라는 노란색 리본을 단 의원과 당직자, 고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총회는 시작부터 뼈아픈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데는 소홀히 하면서 `요란한 개혁'만을 외쳐대는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해왔다며 `총체적 반성'이 절실하다는 자성론이 줄을 이은 것. 이러다가는 지방선거는 고사하고 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에서도 주도권을 쥐지못하는 회복불능의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절박한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부산지역 출신 조경태(趙慶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들이 여당에 대해 많은 기회를 줬는데, 그동안 독선적이고 오만하고 위선자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며 "남이 잘못하면 완전히 난도질 하면서 우리가 잘못한 부분에는 관대한 이중적 잣대를 갖고 정치를 해온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 출신의 최성(崔星) 의원은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는 그동안 누적됐던참여정부의 실수와 개혁 만능주의 정책노선에 대한 심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밖에 참석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했다" "여당으로서의 넉넉함이 없었다" "관용을 베풀줄 모르는 정당"이라는 등의 뼈아픈 진단이 뒤따랐다. 이런 반성의 기조위에서 이번 선거전을 진두지휘해온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인사말에서 꺼내든 화두는 `거야(巨野) 견제론'이었다. 한나라당이 지방권력을 `싹쓸이'하는 것만 막아낼 수 있도록 우리당을 한번 도와달라는 절박한 읍소인 셈이다. 정 의장은 "우리당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 직면해 있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이대로 야당이 전국을 장악하는 국면이 도래한다면 지방자치 11년 역사가 후퇴하는 국면이 오고 이것은 단지 민주평화세력 위기일뿐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심대한 위기"라고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정 의장이 전날 제기한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과도 흐름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민주개혁세력이 일대 위기에 봉착해있는 만큼 `반(反) 한나라당 전선' 하에전통적 지지층이 다시 뭉쳐야 한다는 논리를 제기하고 있는 것. 정 의장은 이어 "탄핵 후폭풍 속에서도 국민들은 불의를 저지른 한나라당에 대해 견제세력을 주었던 위대한 국민"이라며 "5.31 지방선거에서 평화미래개혁 세력이와해되지 않도록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국민은 우리당을 낳고길러주신 어머니"라며 "우리당이 못난 자식이 돼버렸지만 어머니에게 못난 자식에대한 사랑과 기대가 숨어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내부를 향해서는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이제 최후의 순간까지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사력을 다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총회에서 `선거이후'를 거론하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선거참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도부 책임과 선거이후의 정계개편 그림을 놓고 이런 저런 목소리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막상 이의를 다는 계파들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그만큼 현 상황이 당의 존립마저 좌우하는 위기상황이라는 절박한 상황인식이계파를 가로지르고 있는 분위기인 셈이다. 주요 계파에 속한 당내 중진의원들은 이날 회의에 앞서 소장파 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은 "할 말은 많은데 선거 끝나고 이야기 하자" "지금은 처절하게 깨지고다시 일어서는 것 외에 없다" "따로 발언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가급적 의견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일부이지만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선거 이후를 겨냥해 민주대연합론을 제기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며 "먼저 내부부터 추수르리고 난 이후에 외연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 시작전 대전시당 위원장인 박병석(朴炳錫) 의원은 기자들에게 "모든 여론조사에서 15% 이상 앞서고 있는데 무슨 격전지냐"고 항의하고, "공정하게기사를 써준다면 대전은 문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이완구 후보는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겼고, 강창희 대전시당위원장도 마찬가지인데 왜 우리 후보(염홍철)의 당적 변경(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만 문제삼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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