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처갈등에 등터진 카드사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용카드사들이 과당경쟁 방지를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상반된 입장으로 인해 혼선을 겪고 있다. 금감원이 카드사들에 주유금액 할인, 3개월 이상의 장기 무이자할부 등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지시하자 공정위가 이를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혼선은 금감원과 공정위가 카드사들에 정반대 사항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15일 카드사 사장들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예시하며 과당경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사실상의 '담합행위'라며 카드사들의 협약마련 자체가 실정법을 어기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금감원 지시의 후속 조치로 열렸던 16일의 카드사 마케팅부장단 회의는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하나도 마련하지 못한 채 끝났다. 카드사 관계자는 "공정위와 금감원 양측의 눈치를 살피느라 회의 개최조차 하지 못할 뻔 했다"며 "회의에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만 나눴다"고 말했다. 올 신용카드 이용액이 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신용카드산업은 소비자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조원 이상의 자산을 굴리는 카드사가 과열경쟁이나 위험관리 실패로 인해 도산하게 되면 그 파장은 경제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카드사 부실 예방대책은 정부당국자들이 사전에 머리를 맞대고 공조를 모색해도 모자란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부처들이 서로 협의는커녕 정반대 지시로 일선 기업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일부 카드사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 지 한달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긴급대책을 내놓으며 실정법 저촉 여부조차 따지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 공정위 역시 정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보완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딱딱한 법조문만을 내 밀며 스스로 경제당국의 신뢰성을 깎아 내리고 말았다. 금감원과 공정위는 카드업계의 현안해결보다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호정<생활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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