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민영주택 청약제도 없어져야


지난 9월 말 모 부동산업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무용론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시점에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치만 놓고 보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청약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파트 청약이 대세인 모양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2009년 5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국민주택ㆍ민영주택ㆍ공공임대주택 등 모든 주택을 망라한 ‘만능통장’이다. 가입조건도 까다롭지 않을뿐더러 2년 후 정기예금보다 더 높은 이자까지 챙길 수 있다. 지금처럼 공급이 넘쳐나는 시장에 아파트를 청약해 대박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청약통장을 하나쯤 갖게 되는 이유는 저금리시대에 몇 푼의 이자라도 더 받기 위한 재테크 수단에 다름이 없다. 청약통장이 집 구입과는 별개로 이자 높은 저축통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과연 민영주택에 있어 지금의 청약제도가 필요한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건설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ㆍ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민영주택에 있어서만큼은 청약제도가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과거에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입한 청약제도가 지금의 주택시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2008년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었고 지난해 말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7만5,000가구에 이르는 상황에서 청약제도는 시장을 옭아매는 불필요한 규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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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1순위 통장을 가져도 층수나 라인과 같은 선호 요인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민간 주택시장에 청약 제도를 만들고 분양자격을 제한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우리나라뿐이다.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현재 분양시장을 고려할 때 순위별 청약을 통해서 주택을 공급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원리에 맞춰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구매행태를 유도해야 한다.

주택거래 활성화는 아주 단순한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민간주택이 살아날 기미가 없다면 지금의 제도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광범위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약제도를 살펴보고 분양가상한제가 필요한지 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큰 문제는 공론화 부재다. 주택시장이 서민경제와 맞닿아 있는데도 서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시장 환경이 바뀌면 그에 따른 제도개선도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민영주택에 한해서만큼은 청약제도를 폐지해 시장의 반전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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