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수출기업 경쟁력 날개… 한국은 채산성 악화 한숨

원·엔 실효환율 5년만에 역전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화와 엔화의 실효환율이 역전됐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엔화의 실효환율(닛케이통화인덱스)은 100.5, 원화는 101.6으로 5거래일 연속 엔화가 원화를 밑돌았다. 일반적인 환율이 두 가지 통화 사이의 상대적인 가치를 나타낸 데 반해 실효환율은 여러 통화에 대한 특정 통화의 가치를 나타낸 지수다. 특히 무역거래가 많은 상대국의 통화일수록 지수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해당 통화의 실질적인 체력을 반영한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에는 조선ㆍ철강 수출에 따른 원화 수요가 커 원화의 실효환율이 엔화를 앞섰다. 그러나 금융위기 발생 이후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엔화의 실효환율이 줄곧 원화를 웃돌았다.


올 들어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가 엔저를 강력하게 유도하는 반면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오는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이 부각되며 원화와 엔화의 실효환율이 5년 만에 뒤집혔다. 특히 일본 중앙은행이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 금융완화 카드를 고려하고 있어 환율시장에서 엔저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 이란 핵협상 타결 등 국지적인 리스크가 완화된데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된 것도 엔저를 뒷받침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최근 100엔대에 안착하며 5월 기록한 103.21엔 돌파를 시도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타노스 밤바키디스 환율전략가는 26일(현지시간) CBN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지속하는 동안 일본 중앙은행이 비전통적 방식의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에 엔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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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한국은 올 들어 10월까지 21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데다 한국 주식시장으로 7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계속되면서 원화 가치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원고ㆍ엔저를 발판으로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의 공세에 밀려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일본의 엘피다메모리는 올해 3월부터 흑자로 전환했으며 히로시마현의 주력 공장도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은 악화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1,066원40전으로 1,060원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최근 환율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수 기업들이 환율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대자동차가 미국이나 중국ㆍ인도 등에서 도요타와 같은 일본 업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 등 한국 수출기업들의 공세가 거셌지만 원화와 엔화의 실효환율이 역전되며 이제 한국 기업들의 한숨소리가 들린다"고 전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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