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외 통화정책회의 이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주말 기준으로 지표금리는 4.7%대 중반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더욱이 그동안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던 4.8%를 하향 돌파했다는 점에서 지난주의 금리 하락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처럼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외 통화정책의 변화에 있다. 지난 11일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콜금리를 4%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격월로 3차례에 걸쳐 총 0.75%포인트의 정책금리를 인상한 후 3개월 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콜금리 동결보다도 오히려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통화당국의 미묘한 입장변화다. 이전까지 통화당국은 향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물가상승 압력, 시중의 과잉유동성과 자산가격 버블 형성 가능성 등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이번 회의과정에서는 경기회복의 지속 여부가 최우선시됐다.
즉 통화당국은 급속한 원화환율 하락, 큰 폭의 유가상승 등으로 인해 앞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의 경기회복 추세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통위에 앞서 10일(현지시각)에 있었던 미국 FOMC회의에서는 정책금리가 5.00%로 0.25%포인트 인상됐다. 하지만 미국 통화당국은 이전과 달리 경제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으며, 경제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통화정책기조가 변화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는 앞으로 집계될 물가, 주택경기, 고용 등의 지표에 따라 정책금리 인상이 중단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구조를 지닌 채권시장의 특성상 이런 국내외 통화정책의 미묘한 변화가 상당히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지표금리의 변동범위가 4.9~5.1%대에서 한단계 낮아진 상황에서 이후의 금리향방은 경제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언급된 것처럼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이 경제지표와 전망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지표와 정책 모두 단기간에 급속하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지표나 이미 내려진 ‘정책판단의 유보’ 결정이 새롭게 변화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이 경과되어야 하며, 따라서 당분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할 위험은 크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