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FRB의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시사하는 것

연방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인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치는 두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주력해온 FRB가 4년여 만에 금리를 인하해 긴축완화로 방향을 튼 것도 그렇지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0.5%포인트나 금리를 내린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미국 정책당국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경기하강을 심각하다고 판단한다는 반증이다. FRB는 이번 금리인하 조치에도 경기 하강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FRB의 금리인하로 선진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통화금융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서브프라임 사태 후 금리인상 계획을 유보했던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해 일본은행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금리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라 안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부동산경기 하강 속에 시중금리가 계속 뛰면서 금융부실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가운데 13%는 제때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아파트는 지방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금리는 계속 뛰고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판 서브프라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 8월 두 차례 연속 콜금리를 올린 한국은행도 이제는 금리인하를 고민해야 할 때다.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역전으로 인한 부작용도 염려스럽다. 그동안 한ㆍ미 간 금리는 한국이 미국보다 1%포인트 낮은 수준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1년간 금리를 동결한 반면 우리는 계속 인상했다. 이번에 FRB가 0.5%포인트나 내림으로써 결국 콜금리가 연방금리를 0.25%포인트 추월했다. 해외 부문에서의 유동성이 늘어나고 달러약세ㆍ원화강세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한은도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FRB의 전격적이고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무엇을 의미하는 헤아려 신중히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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