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를 맞는 재계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수출로 그나마 활로를 찾았던 주요 그룹들은 올해의 화두를 `성장`에 두고 글로벌화를 위해 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 규모를 한층 늘리는 한편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과 해외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은 한편으로 대선자금 수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리고, 윤리 경영 등을 통해 `질적 성장`에도 진력할 방침이다.
◇글로벌 공략 가속화= 새해 기업들의 성장 거점은 단연 글로벌 시장이다. 국내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경기 회복의 무드를 탄 미국 시장은 물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중국, `제2의 중국`으로 불리는 인도, `다크호스` 동유럽, 급부상하고 있는 러시아, 전후 복구 기대감이 고조되는 중동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의 공략은 세계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
삼성은 올해 경영 방침을 `글로벌 일류 기업의 구현`에 두었다.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하지 않고는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판단을 바탕에 깔고 있다. 지난해 유난히 `액운`이 많이 끼었던 LG그룹은 올해를 `1등 LG`를 위한 재도약의 해로 삼고, 디지털TV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하기 위한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을 생산 거점으로 삼아 그룹이 목표로 하고 있는 `글로벌 톱5`의 조기 달성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특히 올해 동유럽 공장 건립지역을 최종 확정, 또 하나의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한다.
SK는 그룹 차원의 구조개혁을 조기에 마무리짓고,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중심의 글로벌기업으로 위상을 확보해 나갈 계획. 지난해 11월 중국을 총괄하는 지주회사인 `포스코차이나`를 설립한 포스코는 그 여세를 몰아 중국을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공격적 투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재계의 야심은 올해 투자 전략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재계의 올해 투자계획을 들여다보면 `의외`라고 표현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11조1,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쏟는다. 반도체와 LCD, PDP 등 그룹의 캐시카우 부분에서 확고한 1위를 굳히겠다는 심산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R&D(연구개발) 부분에도 지난해보다 7,000억원이나 늘린 4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LG그룹도 시설투자에 지난해보다 10% 가량 늘어난 5조2,000억원 가량을 투입하고, 미래형 승부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년보다 12% 증가한 2조9,000억원 규모를 투입, 정보전자소재, 유기 광전자, 3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분야 등에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지난해 구조조정 바람에 휩쓸려 제대로 투자를 하지 못했던 SK그룹은 올해는 지난해 보다 20%이상 증가한 총 4조5,000억원을 시설 및 R&D에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차 그룹도 글로벌 생산기지에 5조7,000억원 가량을 투입할 방침이다.
중견 그룹들도 그동안 움추렸던 경영 행보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000억원을 투자했던 코오롱은 올해는 3,500억원으로 규모를 늘려 유기EL 공장과 (주)코오롱의 중국 공장 건립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브랜드 등 질적 성장에도 진력= 주요 그룹들이 올해 중점으로 두고 있는 또 하나의 부분이 바로 `브랜드 키우기`다. 일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때 진정한 글로벌 기업을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브랜드 순위에서 세계 25위를 기록한 삼성은 올해는 세계 20위 이내로 끌어 올려 명실상부한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이다. LG도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에 `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할 만큼 `프리미엄화`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2005년까지 `톱3`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ㆍ유럽ㆍ중국 해외법인을 비롯한 전 부문의 관계자를 망라한 `브랜드 전략 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더 이상 `싸서 산다`는 관념을 깨뜨리고, 2007년께는 도요타의 렉서스와 같은 고급 브랜드를 내놓을 방침이다.
`질적 성장`과 함께 기업들이 빼놓지 않고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존경받는 기업`의 이미지 구현이다. 삼성과 LG는 이미 전사적 차원에서 세계 수준의 `퀄리티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작업을 진행중이고, 현대차도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테마 아래 윤리ㆍ환경경영에 대한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포스코도 무조건적 성장 일변도가 아니라 신뢰받는 기업의 모습을 강화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 사회공헌 활동 등 다양한 각도에서 깨끗한 기업의 이미지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