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 중남미 방문의 성과
윤영석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회장
윤영석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회장
지난 9월부터 우리는 한국경제성장과 국제경제계에서 한국의 위상과 관련된 즐거운 뉴스들을 접하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 수출증가세 둔화와 같은 경기부진에 관한 답답한 전망들을 너무 많이 접하고 있는 때라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건 기분 좋은 뉴스들이다.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8억배럴 규모의 유전을 개발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러시아에서 17억배럴을 추가한 것이 그 시작이다. 전세계적으로 자원외교와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석유로 대변되는, 바로 그 자원안보 때문에 이라크전을 치렀다는 시각이 지배적일 정도로 자원이 중요하다는데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외자원 개발권을 확보했다는 것은 충분히 즐거움을 주는 뉴스다.
뉴스의 하이라이트는 러시아에서 타타르스탄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우리 기업이 수주했다는 소식이었다. 1ㆍ2단계로 나눠 조성하게 될 프로젝트는 1단계만 해도 2조원(17억달러)이 넘는, 총 3조6,000억원(30억달러)을 상회하는 대규모다.
규모도 대단하지만 우리 기업이 새로이 부상하는 브릭스(BRICs) 중 하나인 러시아의 산업화에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됐다는 자부심이 더해져 유쾌함의 극치를 맛봤다. 타타르스탄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는 정부의 업계 지원정책과 업계의 꾸준한 기술개발 및 신규시장 개척의 결실이다. 기술개발에 관한 해당기업의 땀과 노고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으나 정부의 사업타당성 조사 지원정책이 나름의 역할을 했음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기업의 해외신규시장 진출의 기폭제로서의 역할이다. 신규 플랜트 건설은 사업타당성 조사를 통해 추진 여부 및 추진방향을 결정하는데 이때 투입되는 비용이 보통 수억원을 상회하며 연간 이러한 프로젝트가 10개만 있어도 수십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플랜트에 수십억원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러한 경비를 일정 부분 분담해주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훨씬 많은 프로젝트의 사업타당성 조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지원의 효율성이다. 화제가 된 러시아 프로젝트의 경우 2억원 내외의 자금을 지원했는데 2조원을 수주했으니 1만배의 지원효과를 거둔 셈이다.
셋째, 국내산업에의 파급효과다. 2조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고용창출과 중소기업 지원에 얼마만큼의 파급효과가 있을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 플랜트 수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이다. 외국 자본과 기술을 주도적으로 참여시키는 형태의 대규모 공단건설, 초대형 플랜트 건설은 세계적으로 플랜트 프로젝트 발주의 새로운 추세인데 우리 기업이 이러한 뉴패러다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플랜트 수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에서의 플랜트 계약규모가 너무 커서인지 대통령이 러시아 다음으로 인도를 방문했을 때 성사된 인도 리튬팩전지공장 건설 기본 합의서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중소기업이 정부의 사업타당성 조사 지원을 받아 인도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는데 여기에 정부의 플랜트 수출 지원정책과 최근의 대통령 및 경제계 주요 인사들의 합동 순방의 또 다른 결실이 있다.
남미 방문의 효과도 컸다. 아르헨티나ㆍ브라질ㆍ칠레로 이어지는 남미 순방에서는 러시아와 인도에서처럼 경제협력 확대와 우리 기업의 중남미 진출에 관한 많은 협의가 있었다. 중남미는 해외 플랜트 수출에 있어 가장 진출이 어려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데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 발전을 지원하는 중남미개발은행의 자금지원을 받는 프로젝트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원받은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중남미개발은행 비회원국의 참여는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플랜트 산업의 수출확대 가능성과 경쟁력이 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인도ㆍ베트남 방문시 재확인된 만큼 이번 중남미 방문에서도 동지역 진출의 여러 걸림돌을 제거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입력시간 : 2004-11-21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