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공무원, 골프 그리고 소신


골프 때문에 최근 나라가 두 번 떠들썩했다.

첫 번째는 여자프로골프 선수인 박인비와 전인지 때문이었다. 박인비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해 '빅 리그'인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의 4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한 차례 이상씩 차지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을 주 무대로 하는 전인지는 올 한 해에만 한국·미국·일본 3개 투어 모두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을 경험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두 번째는 공무원 골프가 불을 지폈다. 경남도가 지난 5일 도민 정서를 거스른다는 일부 여론과 공무원 사기 진작책이라는 논란 속에 공무원 골프대회를 강행한 것이다. 경남 창녕의 한 퍼블릭코스에서 열린 '제1회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에는 홍준표 도지사를 비롯해 도내 시장·군수 6명, 도의원, 도청과 18개 시도 공무원 등 140여명이 참가했다. 예상대로 비판 여론도 거셌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회원과 학부모 등 50여명은 골프장 입구에서 "도민 정서 거스르는 골프대회를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남도가 4월부터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것을 지적하며 "지금이 골프 할 때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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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의 골프대회 강행을 보는 국민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아무래도 '사기 진작 수단이 골프뿐인가'라는 비판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 골프는 항상 말이 많았기 때문에 홍 지사의 행보는 고집으로 비치기도 했다. 골프계 등 일각에서는 '잘해야 본전도 건지기 어려웠을' 골프대회를 기어코 개최한 홍 지사의 소신 있는 추진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골프는 한국에서 다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세계 무대를 호령하며 국위 선양을 하는 효자이면서 스포츠·레저 분야 최대 규모의 산업으로 자리했다. 반면 비리·사치·접대 등을 골프의 연관검색어로 떠올리다시피 하는 사회 분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공무원과 골프는 자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주로 고위 공직자들의 비상시국 골프, 외유성 관광이 골프를 바라보는 색안경의 렌즈를 더욱 진하게 만들고 말았다.

고집이든 소신이든 간에 홍 지사의 강행으로 전국 최초의 공무원 골프대회가 열렸고 경남도는 연례행사로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고집과 소신은 '자기의 뜻을 바꾸지 않고 굳게 지킨다'와 비슷한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집과 소신의 실질적 의미는 결과에 따라 사후에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고집인지 소신인지를 가릴 골프공은 이제 공무원 스스로에게 넘어왔다. 공무원 골프. 하지 말라는 법 없다. 이미 공식적으로 대회도 치러졌다. 소신을 가지고 스포츠인 골프를 자비로 즐긴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소신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냄새 나는 돈으로 골프를 칠 리 없고 국가 재난 상황에 필드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소신과 분별력 있는 공무원이 나랏일도 잘한다.

박민영 문화레저부 차장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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