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효율성 논리에 떠밀린 기초과학


새 정부의 조직개편을 두고 현 정부 내 전쟁이 한창이다. 기존 업무와 기능의 상당 부분을 떼어줘야 하는 부처들은 조직 사수에 필사적이고 특정 업무를 이관해오려는 쪽에서는 실ㆍ국 하나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다 보니 공무원들 사이에서 편가르기가 이뤄지고 있고 비공식 회의에서는 격한 감정싸움까지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뺏으려는 조직이나 사수하려는 부처 모두 '효율성'을 논리의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입안하고 집행하는 정책을 소비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효율성은 분명 환영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효율성이 정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때 국가 장기 프로젝트는 난항에 부딪치게 된다.

지난달 30일 두 번의 실패 끝에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늦은 출발치고는 괜찮은 성과다. 나로호 성공을 계기로 우주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고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더욱 심각해진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할 만한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초과학 지원ㆍ육성은 부처 이기주의의 기본 논리인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분야다. 그동안 우주산업뿐만 아니라 기초과학 전분야가 공직사회의 경직된 효율성 적용으로 발전이 더뎠다. 수많은 사업이 단기 성과주의에 휘둘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무수히 자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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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장기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취지에 따른 변화다. 따라서 기초과학 지원ㆍ육성은 미래창조과학부의 핵심 업무로 자리잡아야 한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기초과학을 갓난아이에 빗댄 벤저민 프랭클린 이야기가 자주 인용된다. 지난 1780년대 몽골피에 형제가 열기구를 하늘에 올릴 때 누군가가 "이토록 바보 같은 짓이 어디 있느냐"고 하자 프랭클린은 "그럼 갓난아기가 (당장)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는 내용이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가 어른들의 이기주의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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