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요 현안마다 금융권의 반발에 부딪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는 입찰 참여자에 의해 매각 방향이 바뀌고 쌍용건설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에서도 당국의 목소리는 채권단의 반대에 묻혔다. 금융당국은 일방적으로 금융권을 밀어붙였던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고 말하지만 애초 세운 원칙까지 흔들리는 모습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찰자에 휘둘리는 우리금융 민영화=우리금융 민영화는 금융위가 제시한 원칙을 사외이사가 반대하며 입찰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일괄 매각을 일부 사외이사가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우리투자증권에 입찰이 몰릴 것으로 보고 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자산운용을 끼워 파는 일괄 매각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금융위는 입찰 경쟁을 높이기 위해 경우에 따라 개별 입찰을 허용한다고 밝힌 점이다. 이 때문에 '원칙'을 지킨 농협금융지주만 손해를 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우투증권에는 최고 가격을 써내고 생명보험과 저축은행에는 마이너스(-) 가격을 써내면서 패키지 가격을 가장 낮췄다. 농협금융지주는 전체 패키지 가격은 최고였지만 우투증권 가격은 KB금융지주보다 낮았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2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직전까지 패키지 원칙을 해제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선정은 24일로 미뤘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22일 "정부가 제시한 원칙에 따르면 농협이 선정돼야 하지만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원칙보다 개인의 배임 책임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KB를 고민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은행 매각에서도 정부의 원칙은 훼손됐다. 금융위는 지방은행을 산업자본이 가져가면 은행 자체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이유로 금융회사가 가져가기를 기대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지역 상공인들은 지방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주장하지만 지방 상공인이 은행의 주인이 되면 무분별한 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경남은행의 인수에 가장 가까이 온 쪽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인 경은사랑컨소시엄(경남·울산 지역 상공인)이다. 금융위는 경은 컨소시엄에 MBK는 의류회사 등 비금융회사에 많은 투자를 해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된다며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인수를 금지한 현행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경은사랑은 입찰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인수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권 역시 경은사랑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금융당국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쌍용건설 정부 반대에도 법정관리 가닥=쌍용건설 구조조정에서는 정부의 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반대가 커지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이번주 초 군인공제회와 협상한 내용을 담은 추가 정상화 방안을 채권단 회의에 올릴 계획이다. 5,000억원의 출자전환 및 신규자금 지원안에 대해 20일까지 채권단의 결의를 요청했으나 무산됐다. 채권단은 실사결과 2017년까지 쌍용건설의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지적하며 지원을 거부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리은행 역시 내부적으로는 쌍용건설 지원에 부정적이지만 금융당국 압박에 못 이겨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라면서 "쌍용건설에 지원할 돈으로 다른 건설사들을 살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지원에 책임지지 않는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지원으로 전향하지 않는 한 추가지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