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은행이자 유럽 2위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해외 매각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도이체방크가 미국 시티그룹을 유력한 인수합병(M&A) 대상자로 접촉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양사의 합병이 실현될 경우 이는 미-유럽 금융사간 M&A 가운데 사상 최대란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최신호(3월 1일자)에 따르면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이 최근 시티그룹의 샌디 웨일 회장과 만나 인수 의향과 조건 등을 매우 세부적으로 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티그룹의 도이체방크 인수설이 나돈 것은 지난해 중반부터. 미국내 2ㆍ3위 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BOA가 각각 뱅크원과 플릿보스턴을 인수, 시티그룹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1위인 시티그룹도 조만간 초대형 M&A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 왔다.
이와 관련 시티그룹은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교두보로 유럽 금융의 중심인 독일을 물망에 올려놓고 도이체방크 외에도 여러 독일계 은행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들어선 미국 대형 은행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기업금융 보다 `소매금융` 강화에 나서면서 시티그룹의 관심이 독일내 최다 지점망을 보유한 도이체방크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 정부가 은행권 구조조정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이체방크의 해외 매각설이 더욱 분분해지고 있으며, 실제 도이체방크는 영국의 HSBC 및 로이드은행, 스위스의 CSFB와도 매각 협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커만 회장이 웨일 회장과의 만남 직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슈뢰더 총리가 시티그룹-도이체방크간 M&A를 원칙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전해져, 해외 매각에 대한 제도적인 걸림돌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양사의 합병을 전제로 슈뢰더 총리는 또 코메르츠방크와 하이포페어아인스방크(HVB)의 합병을 통해, 독일 국적의 초대형 금융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티그룹-도이체방크간 M&A가 당장에 실현될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유럽 2위 은행으로 자산가치가 8,000억억달러에 이르는 도이체방크를 시티그룹(자산가치 1조1,000억달러)이 쉽게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은 데다, 독일 은행의 자존심인 도이체방크의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독일내 여론이 들끓기 때문. 더구나 아커만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만네스만 합병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느라 시티그룹과의 M&A 논의가 쉽지 않은 상태다.
<김창익 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