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질병을 비관해 자살한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성백현 부장판사)는 5일 “업무 때문에 생긴 질병이 회복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비관 자살한 아들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이모(65)씨 부부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자살한 경우 자살자의 질병의 정도와 증상, 신체 및 심리적 상황과 주위 상황, 자살 경위 등을 따져 업무와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아들은 업무상 재해 치료중 담당의사로부터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더 이상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정상적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건설사 철근공으로 일하던 원고의 아들은 96년 12월 댐 광역상수도 공사장에서 철근과 함께 넘어진 이후 오른쪽 어깨가 자주 빠지는 증상이 생겨 꾸준히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되지 않았고 2000년 7월 담당의사로부터 “더 이상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