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비자금' 의혹 파문] 삼성측 반박

"李회장 발언 메모한것…로비지시 아니다" <br>차명계좌는 金변호사 양해얻어 개설<br>검·판사상대 떡값·휴가비 돌린적 없어<br>결산기 조정을 분식회계로 오인한듯


줄곧 신중한 자세를 취해오던 삼성그룹이 5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가 제기한 ‘삼성 5대 의혹’에 대해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방어논리를 펼쳤다. 김 변호사의 추가 기자회견이 이날 잡혀 있기 때문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번 폭로 사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자세만으로는 그룹이나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이미지 실추를 감내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읽혀진다. 삼성은 그동안 언론 보도와 지난달 29일의 김 변호사 1차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A4용지 25쪽에 걸친 참고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에서 삼성은 김 변호사가 제기한 ▦임원을 동원한 수조원대 비자금 차명계좌 관리 ▦주요 기업의 분식회계 ▦검찰ㆍ법원ㆍ국세청 등에 대한 조직적인 로비 ▦이 회장의 직접 로비 지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사건 사실 및 증인 조작 등을 하나씩 거론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관리 의혹=김 변호사는 자신 명의의 차명계좌에 모르는 자금 50억원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삼성이 임원 1,000여명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운용,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해당 차명계좌는 김 변호사가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재무팀에 근무할 당시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김 변호사의 사전 양해를 얻어 개설, 사용한 것으로 매년 자신이 세금을 대납해왔으면서 이 돈의 존재를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은 이 계좌는 회사와 관계가 없는 특정 개인의 재산으로 지난 1998년부터 약 7억원의 개인 재산을 계좌에 입금해 삼성전자 등 주식에 장기 투자했으며 주가 상승으로 50억여원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50억원 계좌 외에도 여러 개의 차명계좌가 더 있다고 주장했지만 삼성 측은 김 변호사 명의의 계좌들은 주식 거래용 증권계좌와 주식배당금ㆍ매각대금 등을 관리하는 예금계좌로 모두 동일 자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계열사 분식결산 의혹=김 변호사는 삼성계열사들, 심지어 부실기업까지 이중장부를 이용한 수주금액 부풀리기와 건설공사 등의 분식회계를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은 그룹 내 모든 회사는 발생한 재무사항들을 회계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처리하고 외부 회계법인의 정밀한 감사를 받아 산출된 재무상황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으며 분식회계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감가상각비ㆍ대손상각비 등의 경우 재무회계상으로는 기업 회계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처리됐을지라도 세법에 허용된 범위를 초과, 처리됐을 경우 사후 이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산기에 차이를 조정하는 실무작업을 김 변호사가 분식회계로 오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ㆍ국세청 로비 의혹=김 변호사는 3일 방영된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삼성그룹이 현직 주요 검찰 간부 40여명에게 명절 떡값 등의 명목으로 한 번에 500만~1,000만원씩 정기적으로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해관계가 걸린 국세청ㆍ재정경제부 등에 건넨 돈은 검찰에 건넨 돈을 훨씬 상회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은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돌린 적이 없으며 김 변호사에게 그 같은 일을 지시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현직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 입사한 경우여서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며 로비를 지시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 직접 로비 지시 의혹=김 변호사는 그룹 비서실에서 작성한 ‘회장 지시사항’ 문건을 공개하며 이 삼성 회장이 현금을 받지 않는 로비 상대방에게 와인이나 호텔할인권 등을 지급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이 회장이 식사 자리나 일상 생활에서 자유롭게 한 말을 수행하는 직원이 메모해 두었다가 나름대로 정리한 것을 ‘로비 지침서’라고 왜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수년간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고 자택과 해외 등지에서 그룹의 장기 발전방향을 구상하거나 주요 거래선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 수행 직원이 회장의 평소 발언을 메모했다가 중요하고 긴급한 업무지시는 즉시 전달하고 단순히 참고할 사항은 모아 두었다가 몇 달에 한 번씩 정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와인이나 호텔할인권’에 대한 언급도 이를 줬을 경우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보라는 취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에버랜드 사건 조작 및 축소 의혹=김 변호사는 삼성 법무실이 에버랜드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작, 관련자들의 위증과 참고인들 빼돌리기 등으로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1, 2심 재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사들은 사실관계에 관한 다툼이 거의 없이 검찰의 증거 제시에 대부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 사실들에 대한 법률적 해석과 판단에 대해서만 검찰과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의견을 달리 했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의 한 고위임원은 이날 오전 “지난 2주간 소극적 대응만 해왔지만 지나친 억측과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며 “김 변호사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변호사가 삼성에 오래 근무했던 분이기도 해 그동안 소극적으로 지켜보기만 했다”며 “당장은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겠지만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해 법적 대응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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